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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곁에 와 있던 봄
    짧은 글 2012. 4. 3. 23:53

     

    언제 오겠지

    근데 곁에 와 있네

    봄 눈 흘기네

     

     

        *   *   *

     

     

    멀리 스웨덴 '안나의 마을'에 활짝 핀 개나리꽃도,

    파리 쏘 공원 노천 카페에서 마주 보이는 만개한 벚꽃도,

    버지니아 '제이미의 숲' 속 키 큰 나무들 사이에 커튼처럼 달려있던 흰 꽃송이들도,

    다, 다, 보고 와서는,

    다윈이 태어난 마을 근처쯤 되는 영국 시골 '헬렌네 동네' 초원에서

    양 떼들과 노닐고 있던 봄처녀에게 말이라도 걸 듯 하고 와서는,

     

    여기 로키산 기슭 우리 동네에도 언젠가 봄이 오겠지,

    조바심내며 기다리기 싫어 짐짓 잊은 체했는데,

     

    봄이 바로 내 곁에 와 있은 걸 몰랐네.

    집 옆 능금나무의 붉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걸 그제 처음 보고 놀랐네.

     

    그렇게 무심했느냐고, 봄이 곱게 눈 한번 흘기네.

    이제 막 위에서 부터 터지기 시작한, 뒤뜰 능금나무의 자줏빛 꽃봉오리들 위로

    봄이 흰 면사포를 씌웠네.

    봄처녀가 한번 면사포를 써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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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렌 2012.04.04 00:37 

      우와!! 너무 멋진 글이에요!
      남의 동네 봄구경 하고 다니느라 정작 내집 정원에 꽃 피는걸 못봤더니 봄이 앙칼을 부렸군요ㅎㅎ
      그래도 저리 고운 면사포를 씌워줬으니 밑지는 장사는 아닌 것 같아요.
      저희 동네도 봄 건너 뛰고 여름이 온 듯 하더니.. 왠걸요 지금 저도 면사포 쓸 준비 해야겠어요.

      노루 2012.04.04 11:14
      • 그나마 때마침 눈이 와 주었으니 ...ㅎ ㅎ
        헬렌님, 좋게 읽어주시니 고마워요.

    • eunbee 2012.04.05 01:34 

      봄이 눈을 흘길만도 하네요.
      저토록 쏟아져 내리는 봄을 그동안 눈치채지못하셨다니
      테니스 라켓을 너무 골몰하며 휘두르셨나 봐요.ㅎ~

      4월 3일 사진은 눈꽃 같아요. 면사포~~
      쏘공원의 봄꽃보다 더욱 우람하고 힘찬 기운으로 피어있는
      교수님 동네 꽃은 온세상 봄이 모두 내려와 앉아 어깨가 무거운 것 같이 보이는데요?^^

      교수님 글 읽으며, 파랑새 찾아 떠난 찌루찌루와 미치루가 생각났어요.^&^

      • 노루 2012.04.05 22:16

        작년보다 봄이 한 주는 빨리 온 것 같아요.
        여기 흔한 (돌)능금나무 (crabapple tree) 가 이번 주에 일제히
        그 붉은 꽃을 피우니 갑자기 달라진 세상이 되네요.

        이젠 테니스를 매일 치는 게 자연스런 일과가 됐어요.
        확실히 잠도 더 곤하게 자고, 좋으네요.

    • jamie 2012.04.08 22:14 

      노루님 곁에도 봄이 활짝 피었네요~
      우리 남쪽보다는 조금 느렸지만, 대신 좀 더
      오래 가겠죠? 근데, 맨 아래 눈 사진을 뭐래요?
      꼭 그렇게 갈팡질팡하며 오고 싶을까요, 봄이?^^

      • 노루 2012.04.09 01:21

        꽃나무가 안 보이는 한 테니스 코트를 둘러싸고 있는
        큰 나무들은 아직 잎이 안나서 죽은 나무들 같아요.
        그런 나무들이 녹색을 띠면 그냥 여름이 되는 거구요.
        꽃나무가 아니면 여긴 봄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 안나 2012.04.09 14:17 

      어머나~~~
      세상이 꽃이 그처럼 흐드러졌는데...그런데 왠 눈이요?
      그 이쁜 꽃들이 어찌 되었을까요?
      눈이 화사해지는 꽃들의 모습이에요.
      어쩌다 노루님 눈에 늦게 들어왔는지요?
      봄이 요술장이인가요?
      눈흘기는 봄풍경이 마치 시 같네요.

      • 노루 2012.04.09 22:41

        봄, 초여름이 오기를 '기다리기'가 싫어서,
        거기다가 겨울에도 테니스는 매일처럼은 아니더라도 칠 수 있으니,
        날 가는 데에 신경 안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벌써 사월이더라고요. 거기다 꽃도 작년보다 두 주 빠르게
        피었네요. 어제 튤립도 꽃잎을 열었어요.

        면사포 쓴다고 화장 지워지나요? 눈 멎은 후 꽃나무 더욱 화사하네요.

    • 깜이河河 2012.04.11 11:12 

      마음에 없으면 안보이지요^^
      아름다운 여자도
      잘생긴 남자도....
      이렇게 이쁜 꽃들도...
      봄이 눈 흘길만 합니다 ㅎㅎㅎ
      마음에 테니스만 담고 계셨으니........
      긴~ 한편의 시를 읽은 아침 상쾌해 집니다

      이제 슬슬 투표하러 가야겠습니다
      두사람 중 어느사람을 선택할까 고민중에 있습니다

      • 노루 2012.04.12 00:25

        안 보이면 마음 안 뺐기지 했는데
        봄이 곁에 와서 우선 팔꿈치 툭툭 치고 나선
        눈 흘기네요. 그것도 너무 곱게.

        능금나무의 붉은 꽃은 이젠 보랏빛으로 바랬고
        사과나무가 하루 이틀 사이 활짝, 멀리서 보면 흰, 꽃을 피웠네요.
        그저껜 튤립꽃이 뒤뜰에 대여섯 개 빨간 점을 찍었고요.

        지난번의 '자업자득'이 이제 끝나가네요.
        새로운 자업자득은 어떤 것이 될지?

        이제 온 라인 한국 신문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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