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Maya Angelou 의 시 'Passing Time'
    2014. 5. 30. 04:43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인 Maya Angelou 가 어제(수요일, 5/28/2014) 86세로 세상을 떠났다. 어제 아침, 온라인 뉴욕타임즈의 톱 기사를 읽고 알았다. 그 기사에 의하면, Angelou 의 이정표적인 1969년 책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 새장에 갇힌 새가 노래하는 이유를 나는 안다"가 20세기 흑인 여성의 자서전으로는 처음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읽힌 책들에 속했다고 한다,

     

    그 기사에는 또, 그녀를 추모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오늘 미셀과 나는 세계의 수백만인과 더불어 우리 시대의 가장 빛나는 빛의 하나 -- 뛰어난 작가이고 열정적인 친구, 진정 경이로운 여성을 기억합니다."

     

    어제 저녁엔 혼자 맥주집에 가면서, 작년 동네 도서관에서 산, Maya Angelou 의 시집 ”The Complete Collected Poems of Maya Angelou"(1994)를 들고 갔다. 한 손엔 시집을 펼쳐들고 또 한 손으론 700cc 생맥주잔을 들고 마시면서 그녀의 시를 읽었다.  'Passing Time'도 그 중에 하나다.

     

     

     

               Passing Time                                    지나가는 시간 (또는, 시간 보내기)

     

     

     

         Your skin like dawn                               당신의 피부는 새벽 같고

         Mine like dusk.                                    내 피부는 황혼 같다.

     

     

         one paints the beginning                       한 사람은, 분명히 올 끝의

         of a certain end.                                  그 시작을 칠한다.

     

     

         The other, the end of a                         다른 한 사람은, 확실했던 시작의

         sure beginning.                                   그 끝을.

                                                                  

     

                  -- Maya Angelou, 'The Complete Collected Poems of Maya Angelou,' 1994, p 67.

     

                         

     

     

    * 이 시의 다른 버전에서는, 이 책에서와는 달리, 첫 연의 'dusk'가 'musk' 로 되어 있다.

       이 시는 해석에 따라 몇 가지로 다르게 번역될 수 있겠다. 위의 번역은 그 한 예가 되겠다.   

     

     

     

     

     

     

     

     

     

     

    마야 앤젤로의 생애에 대해서는 (클릭하세요):  Maya Angelou -- Biography

     

     

     

    -------------------------------------------------------------------------------

     

    • 파란편지2014.05.30 14:50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
      책의 내용은 알 수 없는 그저 제목일 뿐이지만,
      이미 분명히 누가 그렇게 이야기했을 것 같은 느낌인데도
      실제로는 처음 들어보는 '외침'입니다. 외침? 조용한 외침.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지은 <학문의 즐거움>의 제목을 보는 순간,
      '아차!' 하며,
      웃으시겠지만, '아, 이제 다 틀렸구나! 내가 써야 할 책을 이미 이 사람이 쓰고 말았으니...'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학문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주제넘게 그런 생각을 한 것입니다.
      하기야 '즐거움'이 어디 학문뿐이겠습니까. 그렇지만, 그때 바로
      요즘 쏟아지고 있는 처세술에 관한 책들의 이름들처럼
      낯간지러운 패러디를 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생각까지 다 해버렸습니다. 'OO의 즐거움', 'OO의 즐거움'...
      말하자면 앞으로도 쓰지 못할 것 같은 예감으로 스스로에게 미리 핑계거리를 마련해 준 것입니다.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
      저 제목을 보며 생각합니다.

      • 노루2014.05.30 15:40
        저 책(p 194)에 있는 <Caged Bird>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네요.

        그의 날개는 잘리고
        그의 발은 묶였다
        그래서 그는 목청을 열어 노래한다.

        그리고 이런 구절도요.

        그의 가락은
        먼 언덕 위에서도 들린다
        갇힌 그 새는 자유를 노래하므로.


        즐겁지 않은 일을 잊게도 해주고, 어쨌든 하루 중에 '줄거움의 시간'을, 꼭 길게는 아니더라도,
        가질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하루 전체가 그런대로 괜찮아지잖아요.

        마야 앤젤로(안젤로?)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잘 안 사게 되는 시집도 산 거였는데,
        그녀의 시 한 편은 올려 놓고 싶었지요. 결국, 저 시집에서 두 번째쯤으로 짧은 시를 선택한 게
        되었습니다. ㅎ

        PS: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가 Angelou 의 시 제목이기도 하고, 그 시가 저 책에는
        <Caged Bird>로 제목이 바뀌어 실려있네요.
    • 파란편지2014.05.30 15:52 

      그렇게 하신 건 당연할 것입니다.
      전에 저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손바닥 소설을 소개하며 가장 짧은 것 중에서 옮긴 기억이 있습니다.

      인용하신 시와 하루 중 '즐거움의 시간'에 대한 해석에서도 저의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교사시절에는 그 긴 세월, 무엇이 그리 분주했는지,
      그렇게 살면서도 '아이들과 하루에 단 30분, 10분이라도 마음 놓고 이야기하며 지낼 수 있다면
      그걸로써 만족하자"고 마음먹었더니, 그 정도의 목표 실현은 쉬웠고,
      그러자 마음으로는 좀 여유롭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아했던 일입니다.

      • 노루2014.05.30 23:50

        파란편지님은 참 멋진 젊은 시절을 보내셨네요.
        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회사에서 근무하는 중에도 그처럼 '특별한 짧은 시간'이랄 게 종종
        있겠지만, 좀 다르겠지요? 에밀리 디킨슨의 시 'If'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것과는요?

        저 위에서 말씀하신 'OO의 즐거움'에 대해서요.
        미국의 대학도시에는 미식축구 시즌의 주말마다 그곳 소재 대학의 경기를 관전 - 그 대학에서
        하면 경기장에 가서, 상대 팀 대학에서면 가서 또는 TV로 - 하는 것을 평생의 즐거움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 대학이 몇 십 년 만에 연말 중요한 경기에 참가하게
        된 경우에는 부부가 비행기 타고 그 경기 보러 가기 위해서 평소 아끼던 차를 팔기도 하는 사람
        얘기도 종종 뉴스에서 듣고요.

        'OO의 즐거움'의 그 'OO'이 사실은 크게는 몇 가지 안 되겠지요. 많아야 스무 가지쯤? 그러니,
        이를테면, 시 읽는 즐거움(또는, 수필 읽는 즐거움, 책 읽는 즐거움)이 일상의 한 행복인 사람들이
        얼마나 수없이 많을까요. 그들 중에서 '시 읽기의 즐거움'이란 같은 제목으로 수십 권의 책이 나온다
        해도, 저마다 진솔하게 잘 쓴 책들이라면, 보석이 다 다르듯, (그 책들) 읽는 재미는 다 다르겠지요.

        위의 답글에도 덧붙였지만, Angelou 자서전 제목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가 같은
        제목의 그녀의 시에서 따온 거고 그 시가, 위 본문의 저 책에 실린, <Caged Bird>와 같은 시라는
        걸 알았습니다.

      • 파란편지2014.05.31 08:18 

        생각해보니까 당연히 그럴 것 같습니다.
        경기 관전을 위해 차까지 '팔아치우는' 과감함(? 혹은 결단)' 그렇지만,
        삶이란 것이 즐거움 아니면 지탱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하거든요.
        오늘 조간신문의 책 소개를 보니까, 대수롭지는 않은 책이지만,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삶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인간의 본능이라는 말이 보였습니다.
        사람마다 그런 가치관 혹은 덕목, 의미추구... 같은 게 없는 상태는 생각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ㅎㅎ '멋진 젊은 시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 되돌아볼 적마다 너무나 잡다하게 얼룩진 것 같아서 지긋지긋한 면이 없지 않고,
        그래서 정신적, 혹은 정서적으로는 작은 돌파구라도 마련하며 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OO의 즐거움'(?) 같은......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라는 제목은 얼핏 봐도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 같고,
        어쩌면 저 인물의 생애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로서는 쑥스럽지만 처음 듣는 것 같은 인물이지만.

      • 노루2014.05.31 21:46
        자서전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는 아칸소주의 시골에서 자란 그녀의 생애 첫 17년의
        이야기라는데, 나중에 마야 앤젤로는 칼립스 댄서, 배우, 영화 감독/제작도 했고, 물론 시인이었고
        또 Wake Forest 대학 교수였지요. Bill Clinton 의 대통령 취임식(1993)에서 그녀가 자작시
        'On the Pulse of Morning'(아침의 박동)을 낭송한 것으로 일반에게 널리 알려졌을 거고요.

        Bill Clinton 은 "Maya Angelou 의 서거로 미국은 국보(國寶)를, 힐러리와 나는 사랑하는 친구를
        잃었다" 면서 "그녀가 쓴 그리고 그 위엄있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읽어준 시와 이야기들은 지혜와
        재치와 용기와 우아한 품위의 선물이었습니다"고 말했네요.


    • 노루2014.06.01 00:30

      Maya Angelou 의 시 한 편을 또 올립니다.
      그야말로 대강의 번역도 덧붙이긴 합니다.


      Changing


      It occurs to me now,
      I never see you smiling
      anymore. Friends
      praise your
      humor rich, your phrases
      turning on a thin
      dime. For me your wit is honed
      to killing sharpness.
      But I never catch
      you simply smiling, anymore.




      변화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신이 웃는 걸
      이젠 전혀 못 봅니다. 친구들은
      당신의 풍부한 유머와
      순간적인 경구를
      칭찬합니다. 내 보기에 당신의 재치는
      죽여주는 날카로움으로 세련됐습니다.
      하지만 난 당신이 천진하게 웃는 걸
      결코 발견하지 못합니다, 이제는요.

    • eunbee2014.06.02 04:55 

      매일 와서 읽기만 해요. 본글도 좋고, 파란편지님과의 대화도 어찌나 유익하고
      귀한지, 감상하는 마음으로 읽고는 그냥 나간답니다. 제가 끼어드는 것보다 가만히
      듣는 것이 더 좋아서요. 오늘은 새로운 시[변화]가 올려졌으니, 좋은 시와 시인을
      알게 해주신 것을 감사드리려구요. ㅎ 86세로 떠나시는 분을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요.

      교수님과 파란편지님,
      두 분 학자들께서 멋진 대담하시는 듯도 하여 읽기가 참 좋아요. 더불어 즐겁구요.

      • 노루2014.06.02 08:46

        오바마의 어머니가 Maya Angelou 에게서 감명을 받고 오바마의 누이 이름을 Maya 로
        지었다는데, 지금 본문에 Maya Angelou 의 biography 를 연결시키면서 읽어보니, 정말
        그럴 만하네요. 그리고, 미국이 그래도 괜찮은 나라라는 생각이 새삼 들어요.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