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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오르는 은행나무 길간밤에 눈이 조금 내렸구나노오란 눈이
"눈물 흘려보는 것, 참회도 필생의 바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누가 보내준 이정록의 시 "주걱"에서. 추억의 맛이 꿈꾸는 맛보다 아주, 아주, 진해서일까요? 부끄러움, 회한, 슬픔은 크로상 같은 희망과는 다르지요. 그러나 어떤 아름다움이 있지 않나요? 말하자면, 하얀 밥주걱이 순백의 나무 한 그루로 돌아가는. (2002)
. 꽤나 벗어버린멋쟁이 단풍꽃 나무들 알록달록잔디를 덮은 낙엽쓸쓸해 하긴아직 이르다빛나는 설원을 꿈꾸기에도
가을 속을 걷는다 축제 속을 걷는다 그냥 걸어 들어온 것뿐인데 안 미안하다 성장하고 선 마로니에 올핸 더 멋지다 새로 갈아입은 황금빛 튤립나무 그녀는 여전하겠지
나라고 기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가을은 축제의 계절 오늘은 신나는 토요일 테니스 단식 다섯 세트 복식 두 세트 젊디 젊은 대학생들과의 단식 게임 너무 재밌다 산에 가면 그래서 한번쯤 산비탈을 치고 오르고 싶어한다 단식 게임 6 : 2 6 : 4 6 : 0 6 : 1 그리고는 개스가 모자라서 아니라 아차 실..
사는 재미가 무언가 기쁜 일도 있다 서러울 건 없는 슬픈 일도 있다 친한 사람 중에는 어제 처음 만난 사람도 있다 웃고 마는 게 좋은 사소한 일 너머로 산에 오르는 재미도 있다 뛰고, 읽고, 보고, 듣고, 소통하는 시간들이 먹는 시간보다 즐겁다
누가 추억을 빈 달팽이 껍데기라 했나 (*) 번쩍이는 호수 한여름 뜨겁게 익은 설렘과 후회 빨간 사과 한 알 손에 든 채 한적한 가을 공원 벤치에서 (*) 최영미의 시: 달팽이 그 찬란했던 시간의 알맹이들은 사라지고 껍데기뿐인 추억만 남았나
비가 내린다 여인은 아름답고 빗줄기는 시원하다 좋아하는 사람 많다는 게 고맙고 행복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산에 간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산엘 종아리에 튀는 흙탕물을 아랑곳하랴 빗줄기는 시원하고 여인은 아름답다 비가 내린다
열매 그리움 축제 그러나 잊고 지냈구나 가을 하늘 그런 마음을
손 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적반하장 공자처럼 말하는 사람을 여행 길에 보았다 길 가다 걸려 넘어질 뻔한 돌부리거니 했는데 가끔 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글쎄, 서로 유전자 탓인지도 모르지 아전인수 비정상논리 유전자 속임수가 미운 유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