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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벗어나 산에 오르리. 갑갑하면, 갑갑한 줄 모르면. 듣고 또 들어온, 본 적은 없는 울타리들 그 속에서 허공에다 절하지 않으리. 우리를 벗어나 산에 오르리. 답답하면, 답답한 줄 모르면. 우리 아닌 사람을 너와 나로 만나리. 욕심의 신전 저 너머로 밝은 태양 빛나고 살랑 바람 부는 산에 오르리...
혼자가 되면 보게만 되나 보다 새벽녘 호숫가나 정오의 숲 속 그늘이 아니라도 <비르츠하우스> 왁자지껄 어울려 잔 부딪치면서도 보게만 되나 보다 혼자가 아니라도 혼자서 나는 늘 그 사람을 본다. (6/24/04)
먼 … 아. 그래서 곁에서도 몹시 그리운가 보다 그래서 막 기대어도 좋은가 보다 먼 … 가끔은 내가 내게 그런 느낌 들면 좋겠다 괜찮아* 아무러나 괜찮아 그럴 수 있게 (*) 시인/소설가 한강의 시 '괜찮아'에서. (6/16/04)
그녀 백목련이다가 자목련이다가 아, 은은한 라일락 곱게 접어 두리 -------- * -------- * -------- * -------- 앞 산 뒷 산이 어느새 눈부신 짙은 녹색으로 덮였네요. 명랑한 처녀의 맑은 웃음 같던 백목련도 어깨 기대오던 부드러운 여인의 조용한 미소 같던 자목련도 이제 꽃은, 꽃잎은, 잊으라는 듯 윤기나는 ..
잘 익은 홍시를 저보다 작은 저 조그만 정육면체로 포장할 순 없듯이 형식이 내용을 거지반 죽일 순 없잖아! 죽은 글이 살아있음의 빛을 빼앗아선 안되는 거 아니야?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그리고 우리 외롭지 말자구. - 12/26/03 인천공항에서
꽃진 자리 울고 선 사람 누군가 그대인가 나인가 이대로 또 이 봄이 스러져도 되는가 (10/20/06)
빨리 빨리도 '천천히'의 미학도 형이상학도 아니다 산처럼 바람처럼 산마루에 구름처럼 아무러나 절로 절로 (2/17/06)
목말라 찾다가 만난 듯한데 메마른 얘기만 한다? 비 온 후에 파란 잔디 삶의 기쁨이 그렇거늘. -------- * -------- * -------- * -------- * -------- 생명은 갈증이다. 갈증을 채움이 삶의 기쁨이다. 갈증이 기쁨이다. 행복은 샘솟듯 하는 갈망에서 비롯한다. 퍼내지 않는 샘은 마른다던가. 퍼낼수록 샘은 솟는다던가..
나는 아직 시냇가에서 흐르는 물을 조용히 바라보며 앉아 있기 보다는 숲 너머 올려다 보이는 산에를 올라 그 건너편을 보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혼자 시냇가에서도 서 있기를 잘 하지요. 내게는 아직 사람을 알고 만나는 일이나 세상 사는 일들이 늘 새롭고 모를 일인 것 같아요...
어제 밤 뉴스에 무서운 테러 뉴스를 보았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사먹은 공업용 독극물로 만든 우무 더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고혈압 약. 아침 일찍 뛰는 가슴으로 식당에 들어선다. 아무 얘기도 아무 댓구도 없다. 비가 많이 와서 공기는 맑단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9/8/03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