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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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시인짧은 글 2021. 11. 9. 02:51
어느 이름난 문예지의 시들을 읽으면서 시는 시인이 시라고 쓴 글 그게 여기 시의 정의구나, 그런 적이 있었다. 아무튼, 어떤 등단 시인은 '시인'과 '등단 시인'이 동의어인 양 말한다. 아마추어 정신이 더 예술가 정신답다고? "아마추어가 대거 시인이 되고 있지만 정식 등단으로는 봐주지 않고 있습니다"* 등단 시인을 다 시인으로 봐주는 건 좋은 거다. 사람은 시인이고 시다. 언제 봐도 하늘은 아름답구나. 너른 초원 길을 걸으니 시원하고 좋구나. 사진과 시가 하나 되는 디카시가 유행이다. 지네 땅이란 시인도 있어 보이지만, 아무려나 디카시 쪽은 나쁜 물 들지 않음 좋겠다. * 어느 시인의 블로그 댓글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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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시를 읽고짧은 글 2020. 8. 6. 01:31
새 달이 다가올 때면 늘, 고맙게도, 숲지기님 블로그의 "초하루 시편지"가 기다려진다. 이번에는 세 편의 시를 읽었다: 문태준 시인의 "여름밭," 올여름에 나온 두 편의 시 장석남 시인의 "분장실에서"와 이대흠 시인의 "어떤 마음을 입으시겠습니까." 이 시들에서 패러디한 문장들을 아래 글(숲지기님 포스트에 댓글로도 쓴)에서는 각각 *, **, ***로 표시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 뒷길 옆 조그만 '여름밭'을 보는 것 같다. 저마다 시 만든다고 일꾼인 그런 밭.* 어느 시인은 지나가다 아이들 노는 소릴 들은 것 같다. "나는 나를 지워가는 중이야."** "나는 저녁을 지우려는데 잘 안 돼."** "나는 나를 짓고 있거든." 어느 시인은 새로 산 슬픔을 신고 맘에 들어 흐느낀다.*** 여름밭 한편의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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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 "A Dream at Night," 내가 생각하는 '시'시 2020. 6. 10. 03:55
항가리 시인 Sandor Weores 의 시 "Rain" 그리고 11세기 중국 시인 Mei Yao Chen 의 시 "A Dream at Night"는, Czeslaw Milosz 가 편집 하고 시마다에 짧게 코멘트한, 시선집 "A Book of Luminous Things: An International Anthology of Poetry" (1996)에서 읽었다. 내가 아끼는 그야말로 알짜배기 시선집인데, 이 책에 실린 시들은 버클리의 Milosz 와 Robert Hass 공동 시 강의에 교재로도 쓰였다고 한다. 두 시 다 평이하다. 많게나 적게나 놓친 원문의 음악성으로 해서 원문보다 덜 시적일 번역시여서 그런 느낌을 더 주기도 하겠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즐기는, '시'는 이런 시면 충분하다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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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Epstein 에세이 "누가 시를 죽였는가?" 에서책 읽는 즐거움 2020. 6. 5. 03:52
다른 사람들 글의 인용만으로 책을 쓰고 싶다고, Walter Benjamin 처럼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지만, 어떤 것 -- 이를테면 시라든가 -- 에 대해서 내 생각이나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내가 '생각해 보는' 그럴 만한 다른 이의 생각을 내가 직접 쓰는 것보다 다른 이의 글에서 몇 구절 인용하는 것으로 '적당히' 대신하는 방법은 게으른 내게는 알맞게 편리하다. (책 읽거나 테니스 칠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짧은 에세이 쓸 생각도 하긴 해야겠다. 에세이스트 Joseph Epstein 은, 또 다른 에세이에서, "the only coherent, consecutive thought I am capable of comes about through my own writing and through rea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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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tromer 의 시 '1979년 3월에'시 2012. 12. 25. 03:02
단어들을, 말은 아닌 단어들을 지껄이는 이들이 지겨워 눈 덮인 섬으로 간다. 황야에는 단어가 없다. 사방이 백지다. 아, 여기 눈 위에 한 줄 사슴이 말을 남겼구나. 단어는 없는 말을. [시집 'Tomas Transtromer, The Deleted World, Robin Robertson 영역, 2006'에 실린 시 'From March 1979' 을 번역해 봤다.] 친구를 통해 새 친구를 만나듯, 책을 통해 새 책을 만난다. 올해 National Book Award (Fiction) 수상 작가 Louise Erdrich 의 책을 읽으면서 전에 같은 상을 받은 Ha Jin 이 다시 생각나서 그의 소설 War Trash 를 읽게 되고, 그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면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Mo Y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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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Tomas Transtromer 의 시 '부부'에서시 2011. 10. 7. 04:50
노벨문학상 2011 수상자인 스웨덴 시인 Tomas Transtromer 의 시 '부부 The Couple' 일부를 번역해 본다. 영어로 번역된 시를 읽은 느낌이 좋아서 그걸 또 나름으로 번역해 본 거다 화가의 그림 그 이상의 그림을 보여주는 시들은 그래서 또 좋다. 부부 사랑의 동작이 잦아들고 둘은 잠에 빠지고 서로의 가장 비밀스런 생각이 만난다, 애들이 그림 그리고 있는 젖은 종이 위에서 두 개의 색깔이 만나 서로에게 흘러들듯이. 캄캄하고 조용하다. 그러나 오늘 밤 마을은 좀 더 하나가 됐다. --- Tomas Transtromer 의 시 '부부' 일부. (저작권에 신경이 쓰여서 영어 번역을 여기 옯기지 않는다. The New York Times 에서 읽었는데 영역한 사람의 이름을 언뜻 알 수도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