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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상상의 날개를 못 따라가고시 2020. 9. 17. 02:44
자기가 바로 나라고
나를 혼란시키는
내 머릿 속 한 마리 파랑새,
나는 이러고 있어도
시공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4년 전 포스트 "이럴 땐 함께 이야기할 친구가 아쉽다" 말미의 짧은
글을 더 줄인 거다. 이게 다시 생각난 건, Roger Kimbal, "Lives of
The Mind" (2002)의 "George Santayana" 장(chpater)에 인용된
Santayana 의 시 "The Poet's Testament" 부분, 정확히는, 마지막
줄을 읽으면서다.
I give back to the earth what the earth gave,
All to the furrow, nothing to the grave.
The candle's out, the spirit's vigil spent;
Sight may not follow where the vision went.
땅이 내게 준 걸 땅에 나는 되돌려주네,
무덤에게는 아무 것도 말고 모두 다 밭고랑에.
촛불은 꺼지고 생명은 다했네;
상상이 날아간 곳을 눈은 못 따라가네.
'spirit' 를 달리 번역할 이들이 많겠지만, 철저한 'naturalistic
thinker' 라는 산타야나의 시이고 그리고 앞의 두 줄을 봐서도
나는 그냥 '생명'을 택했다.
실은, Roger Kimbal 이 "George Santayana" 를 시작하면서
인용하는 Spinoza 의 The Ethics 의 한 구절에서 "[F]or when
a man is a prey to his emotions, he is not his own master" 를
읽으면서도 저 위 짧은 글, 생물적 '나'와 뇌의 소설(fiction)로 본
'self' 또는 '의식'을 나타내는 (거칠지만 쉬워서 택한) 파랑새에
대비시켜본 글이 생각났었다. 인용의 'he'가 뇌의 산물인 파랑새
(자아)이고 'emotion'이 생물적 '나' 또는 뇌인가, 그 반대인가,
하면서. 그 둘의 틈이 이런 평범한 문장에서 드러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는 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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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지기2020.09.17 05:25파랑새 대신 저는 나비를 생각합니다.
호접지몽을 염두에 두어서 그런 것 같아요.-
노루2020.09.18 00:19
저 파랑새가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나비 꿈 속에 있다고요? 아닌데요,
나는 실재하는데요, 데카르트처럼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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