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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로키산 하이킹: The Loch산 2011. 5. 21. 02:41
2006년 봄과 초여름엔 콜로라도 집에 와 있었다. 마침 집에 다니러 왔던 막내딸과, 5월 25일, 로키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고산호수 (alpine lake) The Loch (또는 Loch Vale) 에 하이킹을 갔었다. 들머리에서 The Loch 까지는 등산로 따라 4.7 km. Loch 까지만 하이킹 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거기서 3 km 더 올라야 하는 Andrews Glacier 빙하 위를 걷다가 오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건 오월 말에 간단한 차림으로는 안 될 일, 그저 호수를 지나서 오르는 데까지 오르다 올 생각이었다. 막상 호수에 이르러 보니 쌓인 눈 때문에 더 이상은 길도 보이지 않았다. Loch 에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고 왼쪽은 Andrews Glacier 빙하, 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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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철쭉산 2011. 5. 14. 23:23
산엘 좀처럼 가기 어렵게 돼서, 전에 다녀온 산엘 사진으로 다시 가보고 있다. 이번엔 4년 전 이맘때 (5/13/07 일요일) 처음 가본 황매산. 황매산은 모르겠는데, 설악산이며 우리 나라의 많은 산이 요새보다 4, 5년 전이 더 좋은 점이 하나 있다. 지금은 등산로나 정상에 자연에 안 어울리고 흉한 인공물들이 너무 많이 설치되어 있다 (*). 나는 높은 바위가 아니라도 바위 위에 서 있기를 좋아한다. 반석 위에 서 있는 느낌을 좋아한다. 황매산 돛대바위 위에 앉아 있는 사진을 보니 지금도, 그 다음 날 썼던 대로, 기이하게 생긴 거대한 동물의 작은 머리를 타고 산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기분이 된다. 산악회 산행으로 간 거였는데 개인 산행처럼 되고 만 거며, 그래서 내려와서 시간 반을 일행이 내려올 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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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산산 2011. 5. 1. 11:07
조항산(충북 괴산군)은 딱 한번 가봤다. 2007년 이른 봄이었는데 싸늘한 공기가 아주 상쾌했던 것, 산행하면서 우리 일행 외는 아무도 못 만났던 것, 내려올 때 정상 부근 암릉이 재미있었던 것, 내려와서 호숫가에서 독사진 한장씩 다들 찍던 것, 그리고 차를 타고 조금 나와서 길가 가게에 들러 뒤풀이한 것, 나는 늘 그러듯 맥주를 여러 캔 마시며 더없이 즐거워했던 게 기억난다. 산을 내려오면서, 물도 다 마시고 나서, 갈증을 참으며 기다리던 터라, 뒤플이 하산주 시간은 내게는 산행에서 가장 즐기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니, 춘천에 도착해서의 2차를 더 좋아했던가. 맥주 맛 자체는, 땀 흘리며 오르고 나서 산에서 마시는, 어름 맥주가 정말 맛있다. 내가 좋아한다고 누가 특별히 한두 캔 준비해오는 경우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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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산 2011. 4. 28. 06:47
산악회에 가입한 그 해 가을과 그 다음 해의 산행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고향의 옛 친구들 사진을 보는 기분이다. 하긴 7, 8년이 지났으니, 그리고 그때 함께 했던 산우들 거의 모두는 그 무렵 이후의 산행 사진에서는 다시 뵈지가 않으니, 그럴만도 하다. 2004년 봄, 그러니까 04/04/04 에 춘천에서 경춘선과 지하철을 타고 도봉산을 다녀왔다. 범골능선을 거쳐 사패능선을 만나 사패산 암봉에 오른 후 뒤돌아서 다시 사페능선을 타고 포대능선을 만나 자운봉에 오르는 코스는 처음이었고 도봉산도 70년대 초 이후 처음이었다. 도봉산은 2007년 초겨울에 한 번 더 올랐다. 또 한 번 오를 기회가 있을런지. 범골 초입에서. 범골 능선에 올라. (아래 사진 두 장도) 바위를 좋아하는 나는 사태능선으로 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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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지리망산산 2011. 4. 2. 10:16
봄에는 남쪽으로 산행을 많이 간다. 꽃이 빨리 보고 싶어서다. 그래서였는지 사량도 지리망산에 다녀온 게 2004년 이른 봄이었다. 사량도는 경남 통영시 용암포 건너편의 작은 섬이다. 그 섬이 바로 지리망산이다. 날이 맑은 날엔 지리산을 볼 수 있다는. 춘천에서 산악회(가 기사와 함께 빌리는) 버스로 전날인 토요일 밤 11시에 출발, 용암포 선착장에는 새벽 6시가 좀 지나 도착했다. 나로선 두 번째 무박산행이었던 것 같다. 산행 다음 날이면 벌써 산악회 카페에는 산행사진/산행후기가 뜨고 댓글이 달린다. 다음은 내가 썼던 댓글을 베껴 온 거다. 새벽 선착장, 칼날처럼 얇은 바위판을 세로로 쌓은 듯한 암봉들, 진달래꽃. 내려와 바닷가 동백꽃 보이는 옥외 테이블에서 멍게, 굴, 그리고 맥주. 정상에서 오렌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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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공룡능선산 2011. 3. 30. 12:26
한국에는 지금 온라인 카페를 통해 활동하는 동호인 산악회가 수없이 많다. 한국적으로 특이하게 긍정적인 현상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런 산악회에 처음 가입한 게 2003년 5월이었다. 주말마다의 정기 산행에 처음엔 한 달에 한 번 꼴로 참가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그 해 가을부터는 거의 매주 따라가게 됐다. 산도 좋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뒤풀이를 좋아하고 맥주를 좋아하다 보니 당연히 그렇게 된 거다. 설악산 공룡능선도 그때 다녀왔다. 새벽 두 시 반쯤엔가 오르기 시작한, 이른바, 야등(야간 등산)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그 해 그렇게 처음 만나서 함께 산행하며 정든 이들 중 몇 사람과는, 나이는 나보다 많이들 아래지만, 한국에 있으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궁금해서 올라가 보니 저 뒤는 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