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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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에 쓰는 가을 노래짧은 글 2015. 6. 11. 00:12
머지않아 나는 삭제되리.삐걱대던 단어들 문장 부호들 행간의 공간들흩어져 사라지고, 나는 붕- 뜨게 되리.나뭇가지 위 새 한 마리 울거나 말거나. PS -- 위 글은 eunbee 님 블로그 의 '바람 부는 묘지에서' 에 댓글로 달았던 것.아래는 다시 eunbee 님의 답글:머지않아 우리 모두 fade-out누구인들 거스르리, 그 자연, 그 섭리를.*거대한 대기는 내 책을 펼쳤다 또다시 닫는다날아가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폴 발레리의 시 에서 빌려 온. -- eunbee Nicole Wong, 오렌지나무 위의 빨강새. [ Eunbee 님 블로그에 올라 있는 "바람 부는 날 묘지에서"에, 거기서보들레르의 '가을의 노래'를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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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코트에서짧은 글 2015. 6. 3. 01:38
저 여인이 저기 서 있는데 내가 어떻게 로마나 러시아의 또는 스페인의 정치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지? How can I, that girl standing there, My attention fix On Roman or on Russian Or on Spanish politics? -- W. B. Yeats, "Politics" 첫 네 줄. 돌볼 일로 꽉 차서, 서서 빤히 쳐다볼 시간도 없으면, 이게 무슨 삶이지? 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 W. H. Davies, "Leisure" 첫 연. 저 여인이 저 코트에서 뛰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내 테니스에 집중할 수 있지? 살아 있음으로 잰 몸놀림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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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이 없어서 좋다짧은 글 2015. 5. 16. 05:19
턱이 없어서 좋다. 경계를 못 보거나 생각 없이 건너다가도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어서 좋다. 잔디밭과 보도 사이뿐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