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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내 달력은 거의 안 간다고 할까 아주 빨리간다고 할까. '아이'의 달력은 앞으로 가다 다시 거꾸로 가다 한다 아주 천천히 그런다. '아이'와 함께 지내는 나날이 나쁘지 않다. 오늘도 금빛 가을이 창밖에 환하다. 이렇게 짧게만 쓰는 건 '아이'에 대해 조금만 말하고 싶어서다. Julian Alden..
이른 아침 복숭아 반쪽은 내가 먹고 여덟 쪽으로 자른 나머지는 한 쪽씩 수저로 식탁에서 소파로 거의 눈 감고 앉아 있는 '아이' 입 속으로 나른다. (밤낮이 바뀐 '아이'는 이제 졸리운가 보다.) 오물오물 다 넘기는 걸 서서 기다리다 보고나서는 나르기를 다시 계속한다. 토막 글이라고 시..
테니스에서는 이쪽이나 상대가 네 게임을 먼저 이기고 나서가, 미식 축구에서는 네 번째 쿼터에 들어서면서가, 그때부터가 가장 집중해서 가장 열정적으로 가장 진한 경기를 할, 가장 '지금은 경기 중'인 때다. 그 순간부터, 더구나 뒤져 있는 쪽에서, '다 끝난 게임'을 하고 있으면, 그건, ..
그러고 보니, '현재진행형'이 아닌 사이의 누구를 추억하는 적이 나는 좀처럼 드물다. 그럴 밖에, 내 삶이 '진행형'이니. 서로 연락도 없고 다시 못 볼지도 모를, 하지만 내일 만나면 우린 어제 본 듯 예전 같을, 그 사람이 난 그리운 거다. 지금 나더러 색칠하라면, 오월의 창밖, 추억은 초..
모처럼 한가한 느낌이다. 아침 5시 41분. 한 시간 전에 일어나서 할 일 해 놓고 뉴욕타임즈 기사 제목들도 살폈고 빵이나 마저 다 먹고 이제 20분 후 토요 아침 테니스에 나가기 전까지 뭘 또 읽기도 그렇고 그냥 한가로움을 즐기기로 한다. 이럴 때도 있구나. 창밖에서 새 한 마리 아직도 짹..
늘 빈집 같던 그 집에 가서는 언제나 툇마루에나 앉아 있다 왔다. 조용, 조용 함께 이야기나 하다 왔다. 캔 맥주라도 한 팩 사들고 가서 그녀의 텅 빈 잔에 가득 부어 줄 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못했을까. 왜 그랬을까. * moon향님 블로그 포스트 "빈집"에 댓글로 달았던 글이다. Modigliani, Woman..
새벽에 일어나자 마자 '아이'와 묽은 또는 된 '진흙'과 한바탕 싸움 치르기 잇따라 사흘에 한 번씩 오늘이 세 번짼지 네 번짼지. 그래도 내가 할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일이란 점에서도 괜찮다. 슬며시 웃음이 나는 적도 많다 끝낼 즈음에는 그리고 지금처럼 이렇게 메모를 남기면..
날이 밝았다고튤립이 꽃잎을 여는 게 아닌 걸튤립의 꽃잎은 햇빛이 열어 주는 걸흐린 오늘 확실히 알았네자꾸 뒤뜰을 내다보면서 덧붙임: 흐린 날씨가 결국 진눈깨비로 바뀌었다. 아래 사진들도 부얶 창가에서 조금 땡겨 찍은 거다.
'아이'가 쿨쿨 잔다. "쿨쿨" 소리내며 잔다. Claude Monet, Tulip fields in Holland
황무지 지천에 라일락꽃 피우기쉬운 일 아니듯능금나무 꽃 피우고 새 잎 내기그 또한 저리 모진 일이니사월은, 사월은 잔인한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