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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 Ryan의 시 "New Rooms 새 방"시 2013. 2. 12. 02:48
내 눈에 띈 Kay Ryan 의 시들은 길이도 대체로 다 짧은 데다 줄마다가 또 짤막해서, 시조차도 그냥 한 번 읽으면서 어떤 재미나 끌림이 느껴지지 않으면 (또는 않을 것 같으면) 외면하고 마는, 침을성 없는 나도 우선 끝까지 다 읽게 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재밌게 읽힌 그녀의 시를 복사해 놓은 것도 몇 편이나 된다. 그런데, 2008년 가을부터 일 년간 미국의 계관시인이기도 했던 Kay Ryan 이 저작권 보호에 상당히 완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Poetry 잡지 작년 7/8호에 실린 그녀의 시 'New Rooms' 를 소개하려는데 원문은 여기 옮겨 적지 못하겠다. 대신 아래를 클릭해 보시기 바란다. 열네 줄로 된 시인데 한 줄은 평균 세 단어다. 'New Rooms' by Kay R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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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tromer 의 시 '1979년 3월에'시 2012. 12. 25. 03:02
단어들을, 말은 아닌 단어들을 지껄이는 이들이 지겨워 눈 덮인 섬으로 간다. 황야에는 단어가 없다. 사방이 백지다. 아, 여기 눈 위에 한 줄 사슴이 말을 남겼구나. 단어는 없는 말을. [시집 'Tomas Transtromer, The Deleted World, Robin Robertson 영역, 2006'에 실린 시 'From March 1979' 을 번역해 봤다.] 친구를 통해 새 친구를 만나듯, 책을 통해 새 책을 만난다. 올해 National Book Award (Fiction) 수상 작가 Louise Erdrich 의 책을 읽으면서 전에 같은 상을 받은 Ha Jin 이 다시 생각나서 그의 소설 War Trash 를 읽게 되고, 그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면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Mo Y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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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B. White 의 에세이 '시 (POETRY)'시 2012. 11. 17. 03:55
[E. B. White 의 에세이집 One Man's Meat 1944년판에 실려 있는, 그가 1939년 11월에 쓴 에세이 'POETRY' 를 번역해 보았다. E. B. White 은 시집 The Lady is Cold (1929) 와 또 한 권의 시집을 냈다. 내 번역 탓도 있겠지만, 역시 원문이 번역문보다 '대체로' 더 술술, 더 분명하고 더 재미있게 읽힌다. 원문의 90줄이 번역문에서는 65줄인 건 생각했던 거와 반대다.] "시인들이 좀 더 분명하면 좋겠어," 옆방에서 아내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모두들 바라는 바다. 시인들이 평이하게 쓰면 우리 모두는 좋아할 거다. 또는 그럴 거라고 우린 생각한다. 시인들은 그러나 저들의 높고 신비스런 방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시인은 더는 아니고 딱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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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하늘보다 넓다시 2012. 3. 16. 00:52
DW 글 읽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요즘 뇌에 관한 책 한두 권과 에세이 한두 편쯤은 읽었기 쉽다. 어쩌다가 나는 철학자가 최근에 쓴 책까지 읽어 보다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도서관에 반납하고 말기도 했다. 뇌에 대해 아주 잘 쓴 글 중 하나로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생각 난다. '뇌 -- 하늘보다 넓다' The Brain -- is wider than the Sky 란 시다. The Brain -- is wider than the Sky Emily Dickinson The Brain -- is wider than the Sky -- For --put them side by side -- The one the other will contain With ease -- and you -- besid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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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Tomas Transtromer 의 시 '부부'에서시 2011. 10. 7. 04:50
노벨문학상 2011 수상자인 스웨덴 시인 Tomas Transtromer 의 시 '부부 The Couple' 일부를 번역해 본다. 영어로 번역된 시를 읽은 느낌이 좋아서 그걸 또 나름으로 번역해 본 거다 화가의 그림 그 이상의 그림을 보여주는 시들은 그래서 또 좋다. 부부 사랑의 동작이 잦아들고 둘은 잠에 빠지고 서로의 가장 비밀스런 생각이 만난다, 애들이 그림 그리고 있는 젖은 종이 위에서 두 개의 색깔이 만나 서로에게 흘러들듯이. 캄캄하고 조용하다. 그러나 오늘 밤 마을은 좀 더 하나가 됐다. --- Tomas Transtromer 의 시 '부부' 일부. (저작권에 신경이 쓰여서 영어 번역을 여기 옯기지 않는다. The New York Times 에서 읽었는데 영역한 사람의 이름을 언뜻 알 수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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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 오후, 아름다워지려는 한 세상시 2011. 9. 20. 01:42
'한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는구나.' '어느 가을날 오후' '과일가게에서' 최영미 시인이 그랬다. 교회당에서 들려오는 찬송가 소리 들으면서나 어느 산사의 관세음상 앞에서, 또는 어느 공원 벤취서나 아늑한 카페 창가에서 그랬으면, 아마 난 못 들은 척 했을 거다. 슬프고도 따뜻한, 우리 삶의 평범한 진실이 또한 아름답기도 한 것을, 나는 유화든 수채화든 과일가게 그림을 볼 적마다 느끼는 것도 같다. 과일가게에서 최영미 사과는 복숭아를 모르고 복숭아는 포도를 모르고 포도는 시어 토라진 밀감을 모르고 이렇게 너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왔지만 어느 가을날 오후, 부부처럼 만만하게 등을 댄 채 밀고 당기며 붉으락푸르락 한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는구나 한 번 읽고 마음에 든 시다. 술술, 군더더기도 모자람도 없이, 절묘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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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의 시 "IF ..."시 2007. 2. 1. 01:57
에밀리 디킨슨의 시 "IF ..."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내가 참 행복한 사람임을 종종 느끼게하는, 많은 좋은 친구들이. IF ...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 Emily Dickin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