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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나를 기다린다시 2014. 8. 9. 04:24
산이 나를 기다린다 이생진 (1929 - ) "오늘도 산에 갈래요?" 비오는 날, 아내 목소리도 젖었다. "가 봐야지 기다리니까" "누가 기다린다고" "새가 나무가 풀이 꽃이 바위가 비를 맞으며 기다리지" "그것들이 말이나 할 줄 아나요" "천만에, 말이야 당신보다 잘하지" 그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 시인데 아내는 아직 나를 모른다 이생진 시인 홈페이지의 '시' 게시판을 여기 에 연결시켰습니다. 최근 시로는 세월호 침몰에 관한 시들이 몇 편 올라와 있네요. 8/11/14.) 이생진 시인의 시에서 느끼는 친근감은 시인을 가까이서 뵌 적이 있어 더하기도 할 거다. 춘천에 있을 땐 주말 오후에 종종, 고전음악 감상실로도 통하는, 에 혼자 가서, 손님이라곤 거의 나뿐이곤 하던 그 시간에,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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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직소포에 들다시 2014. 7. 13. 23:53
에 연결시켜 놓은 시 잡지 에 들어가서 '유심 문학 토크: 천양희'를 읽었다. 천양희 시인이 시 '직소포에 들다'를 쓴 사연이 있다. 시가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찾아왔다. 직소포에 들다 천양희 폭포 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구나. 관음산 정상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정상이란 생각이 든다. 피안이 이렇게 가깝다. 백색 정토! 나는 늘 꿈꾸어왔다. 무소유로 날아간 무소새들 직소포의 하얀 물방울들, 환한 수궁을. 폭포 소리가 계곡을 일으킨다. 천둥 소리 같은 우레 같은 기립박수 소리 같은 - 바위들이 몰래 흔들한다 하늘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무한천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 와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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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a Angelou 의 시 'Passing Time'시 2014. 5. 30. 04:43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인 Maya Angelou 가 어제(수요일, 5/28/2014) 86세로 세상을 떠났다. 어제 아침, 온라인 뉴욕타임즈의 톱 기사를 읽고 알았다. 그 기사에 의하면, Angelou 의 이정표적인 1969년 책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 새장에 갇힌 새가 노래하는 이유를 나는 안다"가 20세기 흑인 여성의 자서전으로는 처음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읽힌 책들에 속했다고 한다, 그 기사에는 또, 그녀를 추모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오늘 미셀과 나는 세계의 수백만인과 더불어 우리 시대의 가장 빛나는 빛의 하나 -- 뛰어난 작가이고 열정적인 친구, 진정 경이로운 여성을 기억합니다." 어제 저녁엔 혼자 맥주집에 가면서, 작년 동네 도서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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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ji Kwock Kim 의 또 다른 시 <이조 백자 밥그릇을 보면서>시 2014. 4. 6. 00:10
Suji Kwock Kim 시집 (2003)를 처음 읽어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시였던 것 같다. 생각난 김에 당장 올리고 싶어서 사실 그냥 원문 영시만 올릴까 하다가 그래도 있어서 나쁠 건 없겠지 싶어 서둘은 단번의 엉성한 번역을 덧붙인다. (번역을 다시 읽어보니, 아무래도 나중에 언제 여유를 갖고 다시 시도해야겠다.) Looking at a Yi Dynasty Rice Bowl After So Chongju 서정주를 본떠서 Suji Kwock Kim Seeing this plain 투박한 이 백토(白土)를 white clay -- 보고 있자니 -- white laundry slung 텃밭 빨랫줄에 on a line in my lot. 걸린 흰 빨래. Rough hemp,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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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ji Kwock Kim 의 시 <술취한 형이상학 Drunk Metaphysics>시 2014. 4. 5. 05:14
Drunk Metaphysics 술취한 형이상학 After Ko En 고은을 흉내내서 Suji Kwock Kim I've been never one soul. 결코 정신이 하나인 적이 없었네. Sixty trillion cells stagger 60조의 세포들이 비틀거리며 zigzag down the street, 지그재그로 거리를 걸어가네, laughing, trash-talking, quarreling, 웃고, 독설을 퍼붓고, 다투고, singing-crying, living-dying. 노래 부르다 울다, 살다 죽다 하면서. Sixty trillion cells -- all drunk! 60조의 세포들 -- 다들 취해서! Suji Kwock Kim 시인이 직접 한역한 게 있는지 모르겠다. 영시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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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 Jong 의 시 <시인은 '나'로 쓴다>시 2014. 4. 4. 05:02
The Poet Writes in I Erica Jong The poet writes in I 시인은 나로 쓴다 because she knows 왜나면 그녀는 no other language. 다른 언어를 모른다. We is a continent, 우리는 대륙이다, & a poet must be 그리고 시인은 틀림없이 an island 섬이다. She is an inlet. 그녀는 만(灣)이다. He is a peninsula. 그는 반도다. They is the great engulfing sea. 그들은 에워싸는 큰 바다다. The poet writes in I 시인은 나로 쓴다 as the clock 마치 시계가 strikes on metal, 금속을 때려서 시간을 알리듯, as the bee 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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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dy Cope 의 시 '오렌지'시 2014. 3. 28. 14:18
The Orange 오렌지 Wendy Cope At lunchtime I bought a huge orange -- 점심 때 아주 큰 오렌지를 하나 샀어요 -- The size of it made us all laugh. 그 크기에 우리 모두 웃었답니다. I peeled it and shared it with Robert and Dave -- 껍질을 벗겨서 로버트 그리고 데이브와 나눠 먹었지요 -- They got quarters and I had a half. 그 둘은 반에 반씩 그리고 난 반을 먹었답니다. And that orange, it made me so happy, 그 오렌지가 나를 참 행복하게 했어요, As ordinary things often do 일상의 일들이 요새 와서 자주 그런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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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ne Kumin 의 시 'Getting There 거기 가기'시 2014. 2. 9. 06:29
(원문을 보시려면 아래 (원문) 제목을 클릭하세요.) Chagall, Jacob’s Dream and the Ladder to the Self 거기 가기 Getting There 1929년 '국제 무신론자 대회'에 참가한 막심 고리키에 감사하며. By Maxine Kumin 착한 무신론자들을 위해서 하나님께서 하늘에 마련해 두신 특별한 곳이 있다고, 내 열렬한 팬 마가렛의, 사제 같은 오빠가 안심시킨다. 거기 가게 될 것 같다고 들으니 난 마음이 놓인다고 대답한다. 사탄이 저 타워들을 무너뜨려내린 이래 교회로 밀어닥치는 군중들과 모든 행사에서의 공중 기도로 판단컨대, 거긴 내 생각에,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을 거다. 바로 지금은 우리 주님을 감히 큰 소리로 드러내어 안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니,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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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된 고은의 시 '개마고원'시 2013. 12. 5. 08:14
문득, 영역된 고은 시인의 시를 인터넷에서 찾아볼 생각이 났다. 그래서 한 편 찾아낸 게 'KAEMA HIGH DESERT'다. 시인이며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 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Sunny Jung (정정선)과 역시 시인이며 문학사 전공 역사가인 Hillel Schwartz 공역의 고은 시집 'Abiding Places by Ko Un'(2006)에 실려 있는 시다. KAEMA HIGH DESERT by Ko Un I did not ask to be human. I do not by any means ask to be more than human. Like an old animal who's come plodding up to the plat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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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타 도요의 시 'Melting Away'시 2013. 7. 13. 01:44
영역된 시바타 도요의 시 몇 편을 인터넷에서 찾아 읽어 보니 우리말로 번역된 것과는 또 다른, 그러면서 못하지 않은, 재미와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특히, 맨 처음 읽은 'Melting Away' 와 함께 (그 일본어 원문의) 우리 말 번역을 같이 읽어 보고 싶은데 아직 못 찾아 봤다. (영역한 역자의 이름은 알 수가 없었다.) Melting Away Hot water pours from the potlike gentle words. The sugary cube of my heart melts pleasingly into the cup. ---------------------------------------------------------------------------------------------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