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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썼을 것 같은 Mary Oliver 의 시 한 편시 2022. 4. 3. 01:26
누구나 쓰지는 않았더라도 누구나 그렇게 더러 주고받았을 것 같다. 내가 하고픈 말은, 그러니까, 내가 들르곤 하는 블로그의 그 분들이 쓴 구절들에서 나는 같은 '읽는 즐거움'을 느낀다는, 그 비슷한 거다. Mary Oliver, "Felicity: Poems" (2015) 도서관 라운지에서, 점심 먹으며 반쯤 읽고 집에 사들고 와서 다 읽었다. Mary Oliver 의 시집을 들면 읽어보기도 전에 내겐 아침 산책이 먼저 연상된다. 이 시집의 시 "Cobb Creek"에서 77세인 '나'가 순간의 망서림 뒤에 여느 때처럼 계곡 물 속에 첨벙 뛰어드는 걸 보면, 여기 실린 다른 시들도 아마 시인이 그 연세 안팎에 쓴 것 같다. 책에 실린 시 "When Did It Happen?" 원문 대신 번역을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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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의 시 "어떤 목련"과 천리포 수목원시 2022. 4. 2. 12:55
이 블로그에도 메뉴로 링크해 놓은 에서 어제는 시 "어떤 목련"을 읽었다. 시에 나오는 천리포 수목원에 대한 청담님 포스트가 생각났다. 나중에 보기 쉽게 함께 올린다. 어떤 목련 / 임보 천리포의 어떤 목련나무는 먼저 떠난 주인을 품고 사는데* 해마다 날이 풀리는 4월이 되면 땅속에 잠든 옛 주인을 깨워 제 꽃의 눈으로 세상을 내다보게 한다 그런 날이면 이 낌새를 가장 먼저 알고 달려온 박새며 멧새며 직박구리 들이 지지배배 지지배배 난리들이다 그 소식의 소식들이 퍼져나가 먼 곳의 산수유 매화 벚나무 들도 미리 품고 있던 꽃망울들을 시새워 축포처럼 터뜨린다 그렇게 천리포의 봄은 한 목련이 먼저 데리고 온다 * 천리포 수목원의 설립자 민병갈(Carl Ferris Miller, 1921~2002) 선생은 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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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nn Johnston짧은 글 2022. 3. 30. 01:06
아직도 사무실은 명당 자리로 옮겨야 하고 한 해 산행은 삶은 돼지 머리에 절하는 시산제로 시작해야 한다고 유구한 사상에 충실한 이들도 많아 보인다. 게이를 죽을 죄인으로 정죄한 레위기 구절은 기원 전 15세기 모세가 신에게서 받아썼다 믿는 이도 있고 기원 전 5세기에 서기관들이 지은 거로 보는 이도 있지만 다만 기원 전 옛 글을 따라서 아들의 친구이자 친구의 아들 천진한 소년 게이를 그리 정죄할 수 있는가? 29년 전, Lynn*은 2000여 일간지에 매일 연재되던 그녀의 만화에 비난과 보이콧을 예상하고도 한 달간 게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듯 그린다. 그 rerun을 요즘 즐기면서 그녀의 팬인 게 새삼 자랑스럽다. * Lynn Johnston 아래는 3/26/2022 분, 오늘 만화는 이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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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Tawada 의 소설 "Scattered All Over the Earth책 읽는 즐거움 2022. 3. 29. 23:37
Yoko Tawada, "Scattered All Over the Earth, " translated from the Japanese by Margaret Mitsutani (2022; 일어본 2018) 독일에 거주하며 독일어로도 일어로도 작품을 쓰는 일본인 작가 다와다 요코의 이 소설을 앞뒤로 1/3쯤 읽고 나니, 뉴욕타임즈 서평에서 대강의 줄거리를 읽기 전에도, 이걸로 충분하고 또 충분히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하던 Hiruko는 일본이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난민이 됐다, 스스로 만든 범스칸디나비아어 Panska를 난민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직을 얻어 덴마크에 머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Panska 구문의 어순이 (일본어와 비슷한) 한국어를 닮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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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 "6호 병동" "학생" ...책 읽는 즐거움 2022. 3. 23. 05:05
Anton Chekhov, "Ward No. 6 and Other Stories" (Constance Garnett 영역) 젋은 시절 읽은 이 작가를 다시 읽게 되니, 옛 친구를 아주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었다. 10대, 20대 시절에 어울리던 친구들 생각도 덩달아 났다. "Ward No. 6," "The Student," "The Kiss," "The Lady with the Dog," "The Bishop" 등 일곱 편을 읽고서, 읽고 있던 다른 책들로 다시 돌아간다. Ward No. 6"의 자세한 줄거리는: [루스모스님 포스트] 안톤 체홉 - 제6병동 영영본으로 4쪽인 "The Student"는 체호프가 특히 좋아한 단편이라는데, 이해가 된다. 추운 성금요일 밤 모녀 과부와 모닥불을 쬐면서 신학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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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음 시대의 시작이면짧은 글 2022. 3. 18. 07:34
-- 임보 시인의 "인류사략(人類史略)"을 읽고 석기시대 철기시대 목기시대 빛의 시대 임보 시인의 역사구분이다 책의 시대 '목기시대'와 인터넷 시대 '빛의 시대'는 시인의 제창이다 그러고 보니 H. G. Wells 의 "역사 요약"*은 목기시대까지다 "다음엔, 무엇이 빛을 이길까?"* 시인이 묻고 "광막한 어둠이 밀려오고 있다!"* 시인이 걱정한다 (러시아군 포탄 우박에 우크라이나 이 도시 저 도시 곳곳에 화산 터지듯 솟아오른 뭉게뭉게 시커먼 연기구름에서 시인은 지레 어둠의 밀물을 본 걸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여지껏의 인류역사를 나도 한마디로 요약해본다 석기시대 버릇이 여전히 남아서 곳곳에 분란의 불길을 질러대고 있다 첫 번째 빛의 시대는 조금 맑게 보게 했다 지금 빛의 시대가 오랜 자연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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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a Chekurishvili 의 시 "시인은 걸음을 세지 않는다"시 2022. 3. 11. 11:43
조지아 시인 Bela Chekurishvili 의 이 시를 숲지기님 블로그에서 독일어본(?)의 번역으로 처음 읽고 재밌어서 찾아낸 영역본 "Poets Never Count Their Steps" (Dalila Gogia 영역)를 번역해본다. 시인은 걸음을 세지 않는다 벨라 체쿠리쉬빌리 (Bela Chekurishvili) "시인은 걸음을 세지 않는다" -- 조지아 속담 그들은 줄과 줄의 단어와 단어의 음절을 센다. 어디서 멈추고, 쉬고, 숨 돌리고, 불평하고, 신음하고, 변화할지를 센다. 그들은 고대 건축가나 중세 연금술사,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차 딜러, 보험중개인, 재단사처럼 세고 잰다. 그들은 감정, 열정, 카리스마, 자살, 친구, 창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거리의 날들이나 집 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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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가난한 사람들" | B. Strauss "Trojan War"책 읽는 즐거움 2022. 3. 10. 00:33
Fyodor Dostoyevsky, "Poor Folk" (David NcDuff 영역본, 1988) 루스모스님 블로그의 멋진 포스트 "도스토예프스키 -- 가난한 사람들"에서 작품 설명과 함께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아끼시는 작품이란 얘길 읽은 것이, 지금 보니, 11년 전인데 맘에 두고 있다가 책을 구한 것은 최근이고, 막상 그저께야 읽기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다. 소설 내용에 대해서는, 러시아판 책 표지도 볼 만한, 루스모스님의 포스팅을 권한다. 러시아 소설과 그림에 관한 보석 같은 포스트들로 차 있는 그 블로그가 여전히 열려 있는 것만도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Barry Strauss, "Trojan War: A New History" (2006) 코넬 대학 역사학/고전학 교수인 저자가 역사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