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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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시시 2023. 2. 18. 15:04
. 세 편의 시에서 다 시의 대상에 대한 시인의 정이 우선 느껴져서, 그래서 정이 간다. 어제 읽은 시는 (1975년 등단) 김은자 시인의 "아, 평화롭게." (2004년에 등단한, 재미 김은자 시인의 시도 읽어봐야겠다.) 아, 평화롭게 / 김은자 너에게 꽃을 주리 내게 아직 그런 향기로운 것이 남았다면 아침마다 새로 빛나는 네 머리칼에, 그리고 또 네게 꿈을 주리 서른 살 마흔 살에도 이루지 못하고 곤쟁이 젓처럼 푹 삭아서 이제 그것이 무엇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그러나 네 가슴에서 봄언덕의 풀꽃더미처럼 확 피어날, 그리고는 내게 남은 최후의 것, 마지막 눈물의방울을 네 고운 목에 걸어주리, 지워지지 않는 추억과 길 위에서의 긴 기다림 기다리는 자의 쓰린 목마름을 모두 네게 맡기면 비워진 내 뼈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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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류근의 "시시각각 時詩各覺 - 42"에서시 2023. 2. 10. 02:30
. 내 블로그 에 연결시켜 놓은 주간신문 은 가끔이나 들어가 읽게 된다. 춘천시민언론협동조합이 발간하는 신문이다. 거기 연재되는 은, 시인에게서 찾아보기가 그리 흔치는 않은, '관심 가는 시사'와 세태에 관한 글이다. 를 여는 짧은 시의 그 단순 명료한 논리(맞든 안 맞든)와 스타일이 좋아서 여기 옮긴다. 문재인은 노무현이 죽는 것을 보았고 나경원은 조국이 피 흘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국민은 박근혜가 끌려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겁을 먹어도 국민은 겁먹지 않는다 정치인은 겁을 먹어도 정의는 겁먹지 않는다. 역사는 겁먹지 않는다. 출처 : 《춘천사람들》 - 시민과 동행하는 신문 (http://www.chunsa.kr) (시 해석은 독자 마음이다. 트럼프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Sarah Huck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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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내 블로그에서시 2023. 1. 30. 12:47
. 오늘은 이 아침 내 블로그에서 공짜로 읽으며 즐기는 것들의 일부 흔적을 여기 남겨 놓자. ▶ 에서 임보 시인의 시 "고행"과 이생진 시인의 시 "아내 모르게 -- 마라도 12"와 "관음보살 -- 마라도 13"을 읽는다. 나는 방심(放心)의 목장에서 내 육신을 방목(放牧)한다 육신을 팔아 천국의 티켓을 사려는 어리석은 고행자들이여 -- 임보, "고행" 부분 부처님 앞에 연꽃이 너무 화려하구나 복전함도 섬에 비해 너무 크고 모두 사람의 욕심이겠지 -- 이생진, "관세음보살 -- 마라도 13" 부분 ▶ 을 클릭한다. 그리고는 거기 "Original Text..."를 클릭해서 Emily Dickinson의 시 "Going to Heaven"을 읽고 나온다. I'm glad I don't brlieve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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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Joyce의 시구시 2023. 1. 26. 08:51
. A child is born, An old man gone. Father forsaken, Forgive thy son. 연말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 달 반 후에는 손자룰 얻고서 쓴 James Joyce의 시 "Ecce Peur (이 소년을 보라)"에 나오는 시구다. 스물여섯 때 읽은 이 시의 일부를 Samuel Beckett은 50년 후에도 암송했다고 한다 -- James knowlson, "Damned to Fame: The Life of Samuel Beckett"에서 읽었다. 위에 인용한 저 구절을 난 언제까지 기억할지 모르겠다. 원문이 기억하기도 쉽고 좋지만, 대강 또 번역하면: 아이가 태어났다, 노인이 세상을 떠났다. 찾아뵙지 못한 아버지, 이 아들을 용서해 주세요. 탄천 위 사진은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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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 시인의 시시 2023. 1. 21. 06:26
. 내 블로그에 연결시켜 놓은 에 들어가서 임보 시인의 "천국의 문"을 읽는다. 거기 에서는 시 "아내의 거울"을 읽는다. 이 두 노시인의 시를 읽는 것은, 마치, 아침 산책길에 우연히 또 만난 시인이 건네주는 이런저런 얘기를 편하게 듣는 느낌이다. 그게 좋아서 전에는 이생진 시인의 홈페이지를 연결시켜 두었었는데 그 홈페이지가 변했다. 임보 시인의 홈페이지에서 두 시인의 시를 함께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아내의 거울 / 이생진 나는 지금 떠나려고 구무럭거리는데 아내는 거울 앞을 언제 떠나려는 것일까 시집왔을 때처럼 70이 넘은 나이에도 거울 앞에 앉아 있으니 내가 떠난 뒤에도 아내는 거울 앞을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아내의 화장은 나 때문이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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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imic이 다시 고쳐 쓴 "Late Arrival"시 2023. 1. 17. 02:23
. Charles Simic의 시 "Late Arrival"을, 이번에 다시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 2013년에 나온 그의 시집 "New and Selected Poems: 1962-2012"에서 읽고서 한두 시구의 표현이 재미있기도 해서 번역, 포스팅해 볼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원문을 'link' 시키려 찾아낸, Poetry (Oct. 1993)에 발표된 "Late Arrival" ('원본'이라고 부르자)에서는 앞에 말한 시구들의 표현이 다르다. 원본과 수정본을 함께 읽어보니, 시인이 이 시구들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에 대한 내 느낌에 더 신뢰가 간다. 그리고 그런 각도에서 수정본이 원본보다 더 나은 것도 분명하다. 어떤 식으로 수정이 이루어졌는지를 보는 것도 시 이해에 도움이 된다. 수정본의 첫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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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imic의 시 세 편 더시 2022. 12. 26. 07:05
Charles Simic, "No Land In Sight: Poems" (2022) 노시인(38년생) 찰스 시믹의 최근 시집들에서, 그가 일상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간단히, 자주 유머스럽게, 적은 짧은 시들을 읽는 것은 특이한 즐거을 준다. 이 시집에 실린 73편의 시 중에서 여섯 편은 the New Yorker 등에서 읽고 이미 이 블로그에 번역, 소개한 걸로 기억한다: "November," "Could That Be Me?" "There Is Nothing Quieter," "Windy Day," "Left Out of the Bible," "The Wind Has Died." 이 시집에서 "I Watched the Wind," "First Thing in the Morning," "My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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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삶 -- 시인, 신자, 철학자시 2022. 12. 16. 08:36
임보(1940년생) 시인의 시 "든든한 빽"을 (이 블로그에 연결시켜 놓은 에서) 읽고 나니 철학자-시인 John Koethe(1945년생)의 최근 시집 "Beyond Belief" (2022)에서 읽은 "Going On"이 생각났다. 든든한 빽 / 임보 나도 한때는 개신교의 집사였지만 지금은 술잔이나 기웃거리며 시와 함께 빈둥대며 지내는 놈팽이 누가 천국을 걱정하면 나는 믿는 데가 있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나는 권사님 한 분과 친분이 있지 주일예배에는 말할 것도 없고 새벽기도며, 중보기도며, 기회 있을 때마다 나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분이지 가끔 목사님을 흉보는 일이 없진 않지만 하나님을 60년 동안 성실히 섬긴 분이므로 장차 천국의 백성은 맡아놓은 당상 아닌가? 그분이 천국에 가면 결단코 하나님께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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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imic 의 시 "다른 아무것도"시 2022. 11. 23. 01:39
시작은 미미했으나 나중에는, 하늘도 쉽게 품을 정도로, 창대해진 것, 그건 우리 마음이다. 몸의 일부이면서도 주인인 양 행동하는 게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십만 년 전? 그래선지 마음은 몸의 즐거움도 즐기지만 대체로 자기만의 즐거움도 많이 개발한 것 같다, 즐기는 능력과 즐거움의 대상 양면으로 말이다. 테니스나 등산은 몸과 마음의 즐거움이지만 그냥 몸의 즐거움으로 쳐주기로 하고, 내겐, 음악 감상은 몸과 마음의 즐거움, 독서는 마음의 즐거움이다. 생명체에게는 살아 움직이는 것, 그걸 삶이라고 부른다면, 삶이 바로 즐거움이고 기쁨이다. 테니스가 몸의 삶의 기쁨이라면, 독서는 마음의 삶의 기쁨이다. 마지막 한 구절을 말한다는 게 이리 길어졌다. 눈 쌓인 겨울밤 홀로 책을 읽으며 마음의 삶을 즐기는 시인의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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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Young Lee 의 시, Wendy Cope 의 하이쿠시 2022. 11. 18. 05:04
Edward Hirsch, "Poet's Choice" 에서 읽은 시 두 편을 또 올린다. 1. 중국계 미국 시인 Li-Young Lee의 "I Ask My Mmother to Sing" : 어머니에게 노래를 청한다 / Li-Young Lee 어머니가 노래를 시작하고 할머니도 함께 부른다. 모녀가 어린 소녀들처럼 노래 부른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아버지는 아코디언을 켜며 나룻배처럼 흔들리시실 거다. 나는 베이징이나 '여름궁전'에 가본 적도 없고, 쿠엔밍 호수에 비 내리기 시작하고 소풍객들이 잔디밭으로부터 뛰어나가는 것을 그 멋진 석선(Stone Boat) 에서 쳐다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나는 이 노래 듣는 게 좋다: 수련 잎이 어떻게 빗물을 받아 모아서는 넘치면 호수 속으로 쏟아붓고는 잎을 펼쳐 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