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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imic 의 시 "어느 늦여름 저녁"시 2022. 7. 23. 01:50
Charles Simic 의 시 "Some Late-Summer Evening" 을 번역해본다. (원문은 도서관 책으로 읽은 그의 시집 "The Lunatic" (2016) 에서 베껴왔는데 인터넷에서는 안 보인다.) 어느 늦여름 저녁 / 찰스 시믹 호숫바람이 나무에게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의 거무스름 잎새들이 저무는 빛을 마주해 넘치는 다정다감으로 – 또는 아픔으로? 부푸는, 그래서 우리는 피크닉 테이블에서 마시면서 좀 더 있을지 집으로 갈지 어쩔지 몰라 조용해지는. Arkady Rylov, Sun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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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그림에 써넣은 바쇼의 하이쿠 한 수시 2022. 5. 12. 12:34
Matsuo Bashō 가 Morikawa Kyoriku 의 그림에다 써넣은 하이쿠가 있는 것을, Makoto Ueda 가 영역한 "Quietely, quietly"가 그것인 것을, 이번 주, David Damrosch 의 (문학 에세이집) "Around the World in 80 Books" (2021)에서 처음 읽었다. 알고 보니 Robert Hass 는 "A petal shower"로 번역했다. Makoto Ueda 번역: Quietly, quietly Yellow mountain roses fall – Sounds of the rapids Robert Hass 번역: A petal shower of mountain roses, and the sounds of rapids. (일어를 모르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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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Kenyon 의 시 "제가끔의 색깔로"시 2022. 4. 28. 07:21
오늘(4/27)은 내 블로그 메뉴 [Writer's Almanac]에 들어가서 Jane Kenyon의 시 "In Several Colors" 를 (그리고 오늘이 생일인 18세기 후반의 작가/철학자이자 원조 페미니스트랄 수 있는 Mary Wollstonecraft 에 대해) 읽는다. 엊그제 포스팅한 책 Amy Bloom, "In Love"에서 읽은, Brian 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Allegro Ma Nnon Troppo "를 읽고 Amy 는 두 제인 -- Jane Hirshfield 와 Jane Kenyon -- 의 시를 읽는 장면이 생각난다. Hirshfield 는 이 불로그에도 서너 번은 포스팅한 기억이 있지만, Keynon 에 대해선 생각나는 게 없던 차에 금방 이렇게 그녀의 시를 만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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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엇인가?시 2022. 4. 21. 11:10
사월은 미국에서는 '시의 달'(National Poetry Month)이다. 이를 축하하기 위한 특집 "What Is Poetry?"는 시가 무엇인가에 대한 Elisa Gabbert 의 에세이로 시작한다. Elisa Gabbert: Toward a Definition of Poetry (아래 삽화와 발췌는 이 에세이로부터) Sue 여라 나는 Emily 이고 -- 다음에는, 여지껏 네가 무엇이었든, 무한이어라 -- 에밀리 디킨슨이 올케에게 보낸 편지 I once heard a student say poetry is language that’s “coherent enough.” I love a definition this ambiguous. ['coherent enough' 알아들을 만큼은 조리가 있는]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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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 시인의 시 "한가로운 날"시 2022. 4. 16. 07:54
임보 시인의 한가로운 날처럼 나는 날마다 한가하다 그런데다 그 한가로움과 평화를 표현하는 것마저도 그의 시를 빌린다 시인이 덜 민망해하실까 한가로운 날 / 임보* 그제는 혼례식에 참석했고 어제는 장례식에 다녀왔다 오늘은 아직 일이 없으니 몇 줄의 글을 읽으며 빈둥거려도 된다 내 자리가 높지 않아 찾아오는 이 없고 내 가진 것 많지 않아 욕심내는 이 없고 각별히 사랑하는 이 없으니 시새움 걱정 없고 지나치게 미워하는 이 없으니 원망에도 자유롭다 아침엔 세 평의 채소밭에 나가 물을 주고 낮에는 뜰의 풋고추, 씀바귀 잎을 따다 향긋한 된장에 찍어 물 만 밥을 씹는다 저녁엔 잘 익은 매실주 둬 잔이 기다리고... 늙은 소나무엔 아침저녁 까치들이 드나들고 감나무 매화나무엔 종일 참새들이 드나들고 호박덩굴엔 호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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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ia Chang 의 시 "그 음악"시 2022. 4. 13. 09:40
뉴요커 이번 호(April 18, 2022)에는, 두 주 후에 나오는, Victoria Chang 의 시집 “The Trees Witness Everything”에서 시 다섯 편이 실렸다. 그중 시 "The Music"을 여기 번역, 소개한다. 이 시집의 대부분 시들이 다양한 일본 와카 형식(예를 들어 5-7 5-7 7 음절 형태)으로 쓰였다는데, 이 시도 그렇다. 영어 원문에서는 그 패턴이 드러난다. 그 음악 Victoria Chang 언젠가 나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음악이 흐르고 있을 때 내 마음은 종이배처럼 떠다녔다. 음악이 멈췄을 때, 나는 여든이었다. Victoria Chang (사진: Poetry Foundation 웹사이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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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썼을 것 같은 Mary Oliver 의 시 한 편시 2022. 4. 3. 01:26
누구나 쓰지는 않았더라도 누구나 그렇게 더러 주고받았을 것 같다. 내가 하고픈 말은, 그러니까, 내가 들르곤 하는 블로그의 그 분들이 쓴 구절들에서 나는 같은 '읽는 즐거움'을 느낀다는, 그 비슷한 거다. Mary Oliver, "Felicity: Poems" (2015) 도서관 라운지에서, 점심 먹으며 반쯤 읽고 집에 사들고 와서 다 읽었다. Mary Oliver 의 시집을 들면 읽어보기도 전에 내겐 아침 산책이 먼저 연상된다. 이 시집의 시 "Cobb Creek"에서 77세인 '나'가 순간의 망서림 뒤에 여느 때처럼 계곡 물 속에 첨벙 뛰어드는 걸 보면, 여기 실린 다른 시들도 아마 시인이 그 연세 안팎에 쓴 것 같다. 책에 실린 시 "When Did It Happen?" 원문 대신 번역을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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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의 시 "어떤 목련"과 천리포 수목원시 2022. 4. 2. 12:55
이 블로그에도 메뉴로 링크해 놓은 에서 어제는 시 "어떤 목련"을 읽었다. 시에 나오는 천리포 수목원에 대한 청담님 포스트가 생각났다. 나중에 보기 쉽게 함께 올린다. 어떤 목련 / 임보 천리포의 어떤 목련나무는 먼저 떠난 주인을 품고 사는데* 해마다 날이 풀리는 4월이 되면 땅속에 잠든 옛 주인을 깨워 제 꽃의 눈으로 세상을 내다보게 한다 그런 날이면 이 낌새를 가장 먼저 알고 달려온 박새며 멧새며 직박구리 들이 지지배배 지지배배 난리들이다 그 소식의 소식들이 퍼져나가 먼 곳의 산수유 매화 벚나무 들도 미리 품고 있던 꽃망울들을 시새워 축포처럼 터뜨린다 그렇게 천리포의 봄은 한 목련이 먼저 데리고 온다 * 천리포 수목원의 설립자 민병갈(Carl Ferris Miller, 1921~2002) 선생은 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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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a Chekurishvili 의 시 "시인은 걸음을 세지 않는다"시 2022. 3. 11. 11:43
조지아 시인 Bela Chekurishvili 의 이 시를 숲지기님 블로그에서 독일어본(?)의 번역으로 처음 읽고 재밌어서 찾아낸 영역본 "Poets Never Count Their Steps" (Dalila Gogia 영역)를 번역해본다. 시인은 걸음을 세지 않는다 벨라 체쿠리쉬빌리 (Bela Chekurishvili) "시인은 걸음을 세지 않는다" -- 조지아 속담 그들은 줄과 줄의 단어와 단어의 음절을 센다. 어디서 멈추고, 쉬고, 숨 돌리고, 불평하고, 신음하고, 변화할지를 센다. 그들은 고대 건축가나 중세 연금술사,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차 딜러, 보험중개인, 재단사처럼 세고 잰다. 그들은 감정, 열정, 카리스마, 자살, 친구, 창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거리의 날들이나 집 안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