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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삶 -- 시인, 신자, 철학자시 2022. 12. 16. 08:36
임보(1940년생) 시인의 시 "든든한 빽"을 (이 블로그에 연결시켜 놓은 에서) 읽고 나니 철학자-시인 John Koethe(1945년생)의 최근 시집 "Beyond Belief" (2022)에서 읽은 "Going On"이 생각났다. 든든한 빽 / 임보 나도 한때는 개신교의 집사였지만 지금은 술잔이나 기웃거리며 시와 함께 빈둥대며 지내는 놈팽이 누가 천국을 걱정하면 나는 믿는 데가 있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나는 권사님 한 분과 친분이 있지 주일예배에는 말할 것도 없고 새벽기도며, 중보기도며, 기회 있을 때마다 나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분이지 가끔 목사님을 흉보는 일이 없진 않지만 하나님을 60년 동안 성실히 섬긴 분이므로 장차 천국의 백성은 맡아놓은 당상 아닌가? 그분이 천국에 가면 결단코 하나님께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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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imic 의 시 "다른 아무것도"시 2022. 11. 23. 01:39
시작은 미미했으나 나중에는, 하늘도 쉽게 품을 정도로, 창대해진 것, 그건 우리 마음이다. 몸의 일부이면서도 주인인 양 행동하는 게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십만 년 전? 그래선지 마음은 몸의 즐거움도 즐기지만 대체로 자기만의 즐거움도 많이 개발한 것 같다, 즐기는 능력과 즐거움의 대상 양면으로 말이다. 테니스나 등산은 몸과 마음의 즐거움이지만 그냥 몸의 즐거움으로 쳐주기로 하고, 내겐, 음악 감상은 몸과 마음의 즐거움, 독서는 마음의 즐거움이다. 생명체에게는 살아 움직이는 것, 그걸 삶이라고 부른다면, 삶이 바로 즐거움이고 기쁨이다. 테니스가 몸의 삶의 기쁨이라면, 독서는 마음의 삶의 기쁨이다. 마지막 한 구절을 말한다는 게 이리 길어졌다. 눈 쌓인 겨울밤 홀로 책을 읽으며 마음의 삶을 즐기는 시인의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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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Young Lee 의 시, Wendy Cope 의 하이쿠시 2022. 11. 18. 05:04
Edward Hirsch, "Poet's Choice" 에서 읽은 시 두 편을 또 올린다. 1. 중국계 미국 시인 Li-Young Lee의 "I Ask My Mmother to Sing" : 어머니에게 노래를 청한다 / Li-Young Lee 어머니가 노래를 시작하고 할머니도 함께 부른다. 모녀가 어린 소녀들처럼 노래 부른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아버지는 아코디언을 켜며 나룻배처럼 흔들리시실 거다. 나는 베이징이나 '여름궁전'에 가본 적도 없고, 쿠엔밍 호수에 비 내리기 시작하고 소풍객들이 잔디밭으로부터 뛰어나가는 것을 그 멋진 석선(Stone Boat) 에서 쳐다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나는 이 노래 듣는 게 좋다: 수련 잎이 어떻게 빗물을 받아 모아서는 넘치면 호수 속으로 쏟아붓고는 잎을 펼쳐 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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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Hirsch, "Poet's Choice"시 2022. 11. 12. 04:02
1. 'Poet's Choice' 칼럼 한국에서 일간지에 매주 '시 읽는' 칼럼이 연재되곤 하던 게 언제부터 였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경우는, 적어도 20세기에는 워싱턴 포스트의, 1996년에 시작된, "Poet's Choice" 칼럼이 처음이라고 하는 것 같다. 당시 미국 계관 시인이던 Robert Hass 가 처음 4년, 그리고, 아래 기사를 보니, 이어서 다음 6년은 Rita Dove, Edward Hirsch, Robert Pinsky 가 (각각 2년씩?) 칼럼을 썼다: Poet's Choice (Apr 16, 2006, washingtonpost.com) 그 칼럼들에서, 내가 아는 것만도, 세 권의 책이 나왔다: Robert Hass, "Poet's Choice: Poems for Ever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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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Klee 의 시 "고양이"와 "시"시 2022. 10. 25. 11:28
순전히 숲지기님의 블로그 포스트 덕분에 화가 Paul Klee 의 시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그의 시를 영역으로 읽고 싶어서 찾아보니, 누구나 읽어볼 수 있게, Anselm Hollo 영역으로 그의 시 스물한 편을 담은 시집 "Some Poems by Paul Klee " (1962)가 온라인에 올라 있다. 그중 두 편, 고양이에 대한 느낌을 인상적으로 표현한 "The Cat" (숲지기님 포스팅 시)와 "Water / Waves on the water" 로 시작하는 재밌는 시 "Poem" 을 여기 따로 올린다. 시 믈결은 수면에서 춤추고 배는 파도 위에서 여인은 그 갑판에서 손 흔들고* 남자는 그 여인에게. * "손 흔들고"를 빼는 게, 영문에서처럼, 두세 가지로 달리 읽을 수도 있게 해주어서 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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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imic 의 시 "바람이 멎었다"시 2022. 10. 19. 23:51
그저께(월요일 10/17/22) 낮에 잠시 들른 서점에서, 책 한 권 주문하려고 간 그 생각은 접고, 눈에 띈 Charles Simic 의 최근 시집 "No Land in Sight: Poems" (2022)을, 안락의자에 편하게 앉아서 갖고 간 머그잔 커피도 마셔가며, 여기 저기 읽어보다가 시 "The Wind Has Died" 한 편을 셀폰에 사진으로 담아왔다. 뉴요커 잡지에서 읽고 이 블로그에 번역해 올려놓기도 한 시들 -- 예를 들어, "셋방 있습니다" -- 도 서너 편 보여서 반가웠는데, 일단 책은 사지 않았다. 짧지만 시다운 시다. 새삼 생각해보는 게 있게 한다. 그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로 번역해본다 (위에 연결시킨 원문 참조). 바람이 멎었다 / 찰스 시믹 내 작은 배야, 조심해라. 육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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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imic 의 시 "셋방 있습니다"시 2022. 9. 5. 07:13
Charles Simic 의 짧은 시들을 이 블로그에 벌써 대여섯 편은 올린 것 같다. 주로 뉴요커(잡지)에서 읽은 것들이었는데, 뉴요커 최근호(6/13/2022)에도 그의 여섯 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번에는 그중 한 편 "For Rent"를 번역해본다. 셋방 있습니다 찰스 시믹 볕 잘 드는 크고 깨끗한 방 그리고 당신의 하소연을 들어줄 바퀴벌레 한 마리. 김용택 시인의 시 "농부와 시인"에 대해 김은자 시인은 (김은자 엮음, "아름다운 사람"에서) "시를 어렵고 별난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시는 뜻밖의 기쁨을 준다"고 썼다. 쓸데없이 어렵거나 별나게 쓴 것 같은 시는 나는 시로도 안 여기는 편인데, 아무튼, 찰스 시믹의 이 '쉬운' 시는 내게 '뜻밖의 기쁨'을 준다. 나의 미국 유학 초기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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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의 시 "편지"시 2022. 9. 3. 03:55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내가 좋아하는 시다. 처음 첫 시구를 읽으면서부터 좋아진 시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시를 만난 적은 드물지 않지만 '그대'를 노래한 시는 그대 말고 또 있었나 모르겠다. Amedeo Modigliani, Woman with Red 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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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인의 "괴테의 떡갈나무"시 2022. 8. 18. 07:34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두 권의 시집을 사왔다. 엇저녁엔 황동규 시집 "오늘 하루만이라도"(2020)에서, 이미 읽은 "손 놓기 3"에 더해서, 열 편 정도의 시를 내리 읽었다. 그리 읽힐 수 있는 시집이어서 좋았다. 나희덕 시집 "파일명 서정시"(2018)에서는 내게는 "괴테의 떡갈나무"가 좋았다. 나머지 시들은 다 몇 줄씩만 읽어보았는데, 나는 굳이 그렇게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안 들거나 그런 느낌에 젖고 싶지 않아서 였다. 이를테면, 죽음이 내겐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작권이 신경쓰여 "괴테의 떡갈나무"를 아래에 옮기지 못한다. "나희덕론 / 현순영"에서 읽어보시기를 -- 거기 인용된 두 번째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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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시인의 "손 놓기 3"시 2022. 8. 17. 08:18
세 시간 걸린 볼일을 포함해서 8박9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어제(월요일) 밤 12시 -- 한국 시간 월요일 오후 3시 -- 에 집에 돌아왔다. 한국에서 일요일 아침 7시쯤에 일어났으니 34시간 만이다. '아난티 힐튼 부산'의 서점에서 눈에 띄어 두 권의 시집 -- 황동규 시인의 "오늘 하루만이라도"(2020)와 나희덕 시인의 "파일명 서정시"(2018) -- 을 사고, 정작, 괜찮으면 그중 서너 권쯤 사오려고 생각했던 일곱 책 중에서는, 여섯 책이 영풍, 교보, 알라딘(신촌) 어디에도 없어서, "2022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 권만을 사왔다. 집에 와서 보니 나희덕 시집은 대체로 어두운 주제를 다룬 것 같다. 황동규 시집에서 먼저 서너 편 읽었다. 아래는 그중 한 편: 손 놓기 3 / 황동규 반딧불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