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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Kenyon 의 시 "제가끔의 색깔로"시 2022. 4. 28. 07:21
오늘(4/27)은 내 블로그 메뉴 [Writer's Almanac]에 들어가서 Jane Kenyon의 시 "In Several Colors" 를 (그리고 오늘이 생일인 18세기 후반의 작가/철학자이자 원조 페미니스트랄 수 있는 Mary Wollstonecraft 에 대해) 읽는다. 엊그제 포스팅한 책 Amy Bloom, "In Love"에서 읽은, Brian 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Allegro Ma Nnon Troppo "를 읽고 Amy 는 두 제인 -- Jane Hirshfield 와 Jane Kenyon -- 의 시를 읽는 장면이 생각난다. Hirshfield 는 이 불로그에도 서너 번은 포스팅한 기억이 있지만, Keynon 에 대해선 생각나는 게 없던 차에 금방 이렇게 그녀의 시를 만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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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엇인가?시 2022. 4. 21. 11:10
사월은 미국에서는 '시의 달'(National Poetry Month)이다. 이를 축하하기 위한 특집 "What Is Poetry?"는 시가 무엇인가에 대한 Elisa Gabbert 의 에세이로 시작한다. Elisa Gabbert: Toward a Definition of Poetry (아래 삽화와 발췌는 이 에세이로부터) Sue 여라 나는 Emily 이고 -- 다음에는, 여지껏 네가 무엇이었든, 무한이어라 -- 에밀리 디킨슨이 올케에게 보낸 편지 I once heard a student say poetry is language that’s “coherent enough.” I love a definition this ambiguous. ['coherent enough' 알아들을 만큼은 조리가 있는]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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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 시인의 시 "한가로운 날"시 2022. 4. 16. 07:54
임보 시인의 한가로운 날처럼 나는 날마다 한가하다 그런데다 그 한가로움과 평화를 표현하는 것마저도 그의 시를 빌린다 시인이 덜 민망해하실까 한가로운 날 / 임보* 그제는 혼례식에 참석했고 어제는 장례식에 다녀왔다 오늘은 아직 일이 없으니 몇 줄의 글을 읽으며 빈둥거려도 된다 내 자리가 높지 않아 찾아오는 이 없고 내 가진 것 많지 않아 욕심내는 이 없고 각별히 사랑하는 이 없으니 시새움 걱정 없고 지나치게 미워하는 이 없으니 원망에도 자유롭다 아침엔 세 평의 채소밭에 나가 물을 주고 낮에는 뜰의 풋고추, 씀바귀 잎을 따다 향긋한 된장에 찍어 물 만 밥을 씹는다 저녁엔 잘 익은 매실주 둬 잔이 기다리고... 늙은 소나무엔 아침저녁 까치들이 드나들고 감나무 매화나무엔 종일 참새들이 드나들고 호박덩굴엔 호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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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ia Chang 의 시 "그 음악"시 2022. 4. 13. 09:40
뉴요커 이번 호(April 18, 2022)에는, 두 주 후에 나오는, Victoria Chang 의 시집 “The Trees Witness Everything”에서 시 다섯 편이 실렸다. 그중 시 "The Music"을 여기 번역, 소개한다. 이 시집의 대부분 시들이 다양한 일본 와카 형식(예를 들어 5-7 5-7 7 음절 형태)으로 쓰였다는데, 이 시도 그렇다. 영어 원문에서는 그 패턴이 드러난다. 그 음악 Victoria Chang 언젠가 나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음악이 흐르고 있을 때 내 마음은 종이배처럼 떠다녔다. 음악이 멈췄을 때, 나는 여든이었다. Victoria Chang (사진: Poetry Foundation 웹사이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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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썼을 것 같은 Mary Oliver 의 시 한 편시 2022. 4. 3. 01:26
누구나 쓰지는 않았더라도 누구나 그렇게 더러 주고받았을 것 같다. 내가 하고픈 말은, 그러니까, 내가 들르곤 하는 블로그의 그 분들이 쓴 구절들에서 나는 같은 '읽는 즐거움'을 느낀다는, 그 비슷한 거다. Mary Oliver, "Felicity: Poems" (2015) 도서관 라운지에서, 점심 먹으며 반쯤 읽고 집에 사들고 와서 다 읽었다. Mary Oliver 의 시집을 들면 읽어보기도 전에 내겐 아침 산책이 먼저 연상된다. 이 시집의 시 "Cobb Creek"에서 77세인 '나'가 순간의 망서림 뒤에 여느 때처럼 계곡 물 속에 첨벙 뛰어드는 걸 보면, 여기 실린 다른 시들도 아마 시인이 그 연세 안팎에 쓴 것 같다. 책에 실린 시 "When Did It Happen?" 원문 대신 번역을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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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의 시 "어떤 목련"과 천리포 수목원시 2022. 4. 2. 12:55
이 블로그에도 메뉴로 링크해 놓은 에서 어제는 시 "어떤 목련"을 읽었다. 시에 나오는 천리포 수목원에 대한 청담님 포스트가 생각났다. 나중에 보기 쉽게 함께 올린다. 어떤 목련 / 임보 천리포의 어떤 목련나무는 먼저 떠난 주인을 품고 사는데* 해마다 날이 풀리는 4월이 되면 땅속에 잠든 옛 주인을 깨워 제 꽃의 눈으로 세상을 내다보게 한다 그런 날이면 이 낌새를 가장 먼저 알고 달려온 박새며 멧새며 직박구리 들이 지지배배 지지배배 난리들이다 그 소식의 소식들이 퍼져나가 먼 곳의 산수유 매화 벚나무 들도 미리 품고 있던 꽃망울들을 시새워 축포처럼 터뜨린다 그렇게 천리포의 봄은 한 목련이 먼저 데리고 온다 * 천리포 수목원의 설립자 민병갈(Carl Ferris Miller, 1921~2002) 선생은 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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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a Chekurishvili 의 시 "시인은 걸음을 세지 않는다"시 2022. 3. 11. 11:43
조지아 시인 Bela Chekurishvili 의 이 시를 숲지기님 블로그에서 독일어본(?)의 번역으로 처음 읽고 재밌어서 찾아낸 영역본 "Poets Never Count Their Steps" (Dalila Gogia 영역)를 번역해본다. 시인은 걸음을 세지 않는다 벨라 체쿠리쉬빌리 (Bela Chekurishvili) "시인은 걸음을 세지 않는다" -- 조지아 속담 그들은 줄과 줄의 단어와 단어의 음절을 센다. 어디서 멈추고, 쉬고, 숨 돌리고, 불평하고, 신음하고, 변화할지를 센다. 그들은 고대 건축가나 중세 연금술사,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차 딜러, 보험중개인, 재단사처럼 세고 잰다. 그들은 감정, 열정, 카리스마, 자살, 친구, 창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거리의 날들이나 집 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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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H. Auden 의 시 "미술관"시 2022. 3. 7. 05:43
(아래 기사의 왼쪽 내용을 아래로 읽어가면 거기에 맞춰서 시나 그림은 오른쪽에 보인다.) A Poem (and a Painting) About the Suffering That Hides in Plain Sight By Elisa Gabbert (March 6, 2022, www.nytimes.com) MUSÉE DES BEAUX ARTS by W.H. Auden About suffering they were never wrong, The Old Masters: how well they understood Its human position; how it takes place While someone else is eating or opening a window or just walking dully 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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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Mueller 의 그냥 즐거움을 주는 시 한 편시 2022. 3. 4. 01:43
우리에게 준 기쁨 말고 별 뜻은 없었다 Jack Mueller 우체국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초록색 포드 지붕 위에 검은새 한 마리 내려앉았다 내가 가리키는데 차에 있는 두 흑인 여인이 여왕의 미소를 내게 보내왔다 그들이 차 문을 열자 검은새가 날아갔다 도서관 라운지에서 Jack Mueller 의 시집(제목을 적는 걸 잊었다)을 읽어보다가 디카에 담아온 시 한 편이다 (원문은 아래 사진). 시 제목처럼, 무슨 의미보다도 그냥 읽으니 즐거워서 가져왔고 그래서 여기 또 올린다. 이 시가 주는, 저 짧은 동영상을 보며 느끼는 기쁨이 뭘까? 언어로는 직접 표현이 안 되는 어떤 의미를 느끼는 기쁨이 아닐까? 음악 또는 그림에서나 직접 느끼는 기쁨. "훌륭한 소설이나 시에서, 명백히 의미는 음악에 가깝다." Le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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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Gioia 의 시 "Homage to Søren Kierkegaard"시 2022. 2. 26. 03:15
전에 Dana Gioia 의 책 "Can Poetry Matter?"에 대해 포스팅하면서 Bookmark 에 연결시켜 놓았던 그의 홈페이지를 오랜만에 찾았다. 눈에 들어온 시가 "키르케고르에게 경의를": Homage to Søren Kierkegaard / Dana Gioia 키르케고르의 생애와 사상: Søren Kierkegaard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 키르케고르의 영향에 대해서는, 6. Kierkegaard's Politics ] "He used irony, parody, satire, humor, and deconstructive techniques in order to make conventionally accepted forms of know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