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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Hirsch, "Poet's Choice"시 2022. 11. 12. 04:02
1. 'Poet's Choice' 칼럼 한국에서 일간지에 매주 '시 읽는' 칼럼이 연재되곤 하던 게 언제부터 였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경우는, 적어도 20세기에는 워싱턴 포스트의, 1996년에 시작된, "Poet's Choice" 칼럼이 처음이라고 하는 것 같다. 당시 미국 계관 시인이던 Robert Hass 가 처음 4년, 그리고, 아래 기사를 보니, 이어서 다음 6년은 Rita Dove, Edward Hirsch, Robert Pinsky 가 (각각 2년씩?) 칼럼을 썼다: Poet's Choice (Apr 16, 2006, washingtonpost.com) 그 칼럼들에서, 내가 아는 것만도, 세 권의 책이 나왔다: Robert Hass, "Poet's Choice: Poems for Ever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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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Klee 의 시 "고양이"와 "시"시 2022. 10. 25. 11:28
순전히 숲지기님의 블로그 포스트 덕분에 화가 Paul Klee 의 시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그의 시를 영역으로 읽고 싶어서 찾아보니, 누구나 읽어볼 수 있게, Anselm Hollo 영역으로 그의 시 스물한 편을 담은 시집 "Some Poems by Paul Klee " (1962)가 온라인에 올라 있다. 그중 두 편, 고양이에 대한 느낌을 인상적으로 표현한 "The Cat" (숲지기님 포스팅 시)와 "Water / Waves on the water" 로 시작하는 재밌는 시 "Poem" 을 여기 따로 올린다. 시 믈결은 수면에서 춤추고 배는 파도 위에서 여인은 그 갑판에서 손 흔들고* 남자는 그 여인에게. * "손 흔들고"를 빼는 게, 영문에서처럼, 두세 가지로 달리 읽을 수도 있게 해주어서 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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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imic 의 시 "바람이 멎었다"시 2022. 10. 19. 23:51
그저께(월요일 10/17/22) 낮에 잠시 들른 서점에서, 책 한 권 주문하려고 간 그 생각은 접고, 눈에 띈 Charles Simic 의 최근 시집 "No Land in Sight: Poems" (2022)을, 안락의자에 편하게 앉아서 갖고 간 머그잔 커피도 마셔가며, 여기 저기 읽어보다가 시 "The Wind Has Died" 한 편을 셀폰에 사진으로 담아왔다. 뉴요커 잡지에서 읽고 이 블로그에 번역해 올려놓기도 한 시들 -- 예를 들어, "셋방 있습니다" -- 도 서너 편 보여서 반가웠는데, 일단 책은 사지 않았다. 짧지만 시다운 시다. 새삼 생각해보는 게 있게 한다. 그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로 번역해본다 (위에 연결시킨 원문 참조). 바람이 멎었다 / 찰스 시믹 내 작은 배야, 조심해라. 육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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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imic 의 시 "셋방 있습니다"시 2022. 9. 5. 07:13
Charles Simic 의 짧은 시들을 이 블로그에 벌써 대여섯 편은 올린 것 같다. 주로 뉴요커(잡지)에서 읽은 것들이었는데, 뉴요커 최근호(6/13/2022)에도 그의 여섯 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번에는 그중 한 편 "For Rent"를 번역해본다. 셋방 있습니다 찰스 시믹 볕 잘 드는 크고 깨끗한 방 그리고 당신의 하소연을 들어줄 바퀴벌레 한 마리. 김용택 시인의 시 "농부와 시인"에 대해 김은자 시인은 (김은자 엮음, "아름다운 사람"에서) "시를 어렵고 별난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시는 뜻밖의 기쁨을 준다"고 썼다. 쓸데없이 어렵거나 별나게 쓴 것 같은 시는 나는 시로도 안 여기는 편인데, 아무튼, 찰스 시믹의 이 '쉬운' 시는 내게 '뜻밖의 기쁨'을 준다. 나의 미국 유학 초기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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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의 시 "편지"시 2022. 9. 3. 03:55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내가 좋아하는 시다. 처음 첫 시구를 읽으면서부터 좋아진 시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시를 만난 적은 드물지 않지만 '그대'를 노래한 시는 그대 말고 또 있었나 모르겠다. Amedeo Modigliani, Woman with Red 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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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인의 "괴테의 떡갈나무"시 2022. 8. 18. 07:34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두 권의 시집을 사왔다. 엇저녁엔 황동규 시집 "오늘 하루만이라도"(2020)에서, 이미 읽은 "손 놓기 3"에 더해서, 열 편 정도의 시를 내리 읽었다. 그리 읽힐 수 있는 시집이어서 좋았다. 나희덕 시집 "파일명 서정시"(2018)에서는 내게는 "괴테의 떡갈나무"가 좋았다. 나머지 시들은 다 몇 줄씩만 읽어보았는데, 나는 굳이 그렇게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안 들거나 그런 느낌에 젖고 싶지 않아서 였다. 이를테면, 죽음이 내겐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작권이 신경쓰여 "괴테의 떡갈나무"를 아래에 옮기지 못한다. "나희덕론 / 현순영"에서 읽어보시기를 -- 거기 인용된 두 번째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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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시인의 "손 놓기 3"시 2022. 8. 17. 08:18
세 시간 걸린 볼일을 포함해서 8박9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어제(월요일) 밤 12시 -- 한국 시간 월요일 오후 3시 -- 에 집에 돌아왔다. 한국에서 일요일 아침 7시쯤에 일어났으니 34시간 만이다. '아난티 힐튼 부산'의 서점에서 눈에 띄어 두 권의 시집 -- 황동규 시인의 "오늘 하루만이라도"(2020)와 나희덕 시인의 "파일명 서정시"(2018) -- 을 사고, 정작, 괜찮으면 그중 서너 권쯤 사오려고 생각했던 일곱 책 중에서는, 여섯 책이 영풍, 교보, 알라딘(신촌) 어디에도 없어서, "2022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 권만을 사왔다. 집에 와서 보니 나희덕 시집은 대체로 어두운 주제를 다룬 것 같다. 황동규 시집에서 먼저 서너 편 읽었다. 아래는 그중 한 편: 손 놓기 3 / 황동규 반딧불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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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imic 의 시 "어느 늦여름 저녁"시 2022. 7. 23. 01:50
Charles Simic 의 시 "Some Late-Summer Evening" 을 번역해본다. (원문은 도서관 책으로 읽은 그의 시집 "The Lunatic" (2016) 에서 베껴왔는데 인터넷에서는 안 보인다.) 어느 늦여름 저녁 / 찰스 시믹 호숫바람이 나무에게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의 거무스름 잎새들이 저무는 빛을 마주해 넘치는 다정다감으로 – 또는 아픔으로? 부푸는, 그래서 우리는 피크닉 테이블에서 마시면서 좀 더 있을지 집으로 갈지 어쩔지 몰라 조용해지는. Arkady Rylov, Sun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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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그림에 써넣은 바쇼의 하이쿠 한 수시 2022. 5. 12. 12:34
Matsuo Bashō 가 Morikawa Kyoriku 의 그림에다 써넣은 하이쿠가 있는 것을, Makoto Ueda 가 영역한 "Quietely, quietly"가 그것인 것을, 이번 주, David Damrosch 의 (문학 에세이집) "Around the World in 80 Books" (2021)에서 처음 읽었다. 알고 보니 Robert Hass 는 "A petal shower"로 번역했다. Makoto Ueda 번역: Quietly, quietly Yellow mountain roses fall – Sounds of the rapids Robert Hass 번역: A petal shower of mountain roses, and the sounds of rapids. (일어를 모르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