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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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치우며 살다짧은 글 2013. 4. 15. 01:41
치운다는 건 한쪽으로 모아 놓는 것 삼킬 수도 없고 소멸될 리 없는 것들 그쪽으로 몰아 넣는 것 치우고 산다는 건 그쪽을 쳐다보지 않는 것 그렇게라도 잊고 지내면서 밝게 사는 것 누구는 고해성사, 누구는 산에 가서 마음 비운다는 데 난 그저 방 치우듯 마음 치우며 사네. 나중 재가 되면 어차피 다 거름일 터. ----------------------------------------------------------------------------- eunbee2013.04.15 15:55 아, 무슨말씀인지 알 수 있기에 알면서도 나는 그것이 안되기에 더욱 마음에 와 박히는.... 어제는 온 파리가 살맛났습니다. 날씨가 화창하고 따스해서. 오늘은 다시 꾸무리입니다. 이 들끓는 마음을 어떻게 치워두고 지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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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짧은 글 2013. 4. 5. 02:24
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지만 난 늘 아이 같으면서 나이가 들었다. 어쨌거나, 여전히 아이 때처럼 매일처럼 나가 놀 놀이터가 있어 좋다. 점잖게가 아니라 애들처럼 숨 가쁘게 뛰노는 데다. 워싱톤 공원 테니스 코트가 우리 놀이터다. 언제 가도 사람들이 있고 있는 사람들끼리 적당히 어울려 논다. 20년도 더 전 나처럼 요새 처음 나온 사람도 있고 그때 나를 퍽 친절하게 맞아주던 데이빗도 자주 나온다. 데이빗의 삶에서 이 놀이터는 어떤 곳일까. 온갖 사람들에 스타일도 갖가지다. 한국 사람은 나 혼자고, "내가 여기 유일한 유대인" 사람 좋아 보이는 Y의 농담에서 유대인도 둘인가 보다 한다. 사람 좋은 사람 많고, 예절들 바르고 서로를 기분 좋게 한다. 막 인사한 사람에게서 무례한 우리 말 들은 거완 다른 건,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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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블로그 대문 사진을 보면서짧은 글 2013. 3. 13. 04:03
--- eunbee님 블로그의 '어떤 약속'에의 답글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시테섬을생루이섬에 이어주는 다리 위로가끔 노래 듣고 싶어 간다고 센느강엔 늘 온갖 노래가 어우러져 흐르고다리 위에선 때로 ‘호텔 캘리포니아’가 흐른다고나도 가서, 거기 기타 치는 젊은 악사에게 ‘라 팔로마’ 한 곡 부탁해보나 오래전 어느 교회 마당에서 날아올라저기 노트르담의 첨탑 너머로그리움 물고 오는 비둘기 보려나센느강은 흐르고노래는 추억을 불러오고 * eunbee님 블로그에서 대문 사진을 보고서 거기 포스팅 '어떤 약속'에 대한 또 하나의 답글을 여기다 씁니다. 나들이라곤 블로그 나들이가 다인 정도라 이것도 내겐 나들이 메모이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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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짧은 글 2013. 3. 7. 00:00
햇살 담뿍 받아 뒤뜰 눈밭이 샛하얗게 빛난다 빛을 머금은 대기는 신비롭게 환하다 꽃을 받아 안고 웃음 가득한 그녀가 한 송이 내게도 건네는가 창가에서 내다보는 내 눈이 부시다 내 마음에도 햇살이 퍼진다 저기, 나뭇가지 위 잔설의 명랑한 여생! ------------------------------------------------------------------------------ eunbee2013.03.07 00:34 나뭇가지 위 잔설의 명랑한 여생! 녹아 눈물처럼 흘러내릴 잔설의 여생마져도 명랑하게 노래하시는 교수님의 아침인사, 아침 명상. 읽고,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배웁니다. 뒤뜰 눈밭이 새하얀 은빛으로 빛나듯 우리의 아침도 늘 그렇게 빛날 수 있기를! 노루2013.03.08 01:31 늦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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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미 바위와 즐거운 점심짧은 글 2013. 1. 16. 01:45
이윽고나를 기다리고 있던 빵과 치즈와 올리브와 커피와오 헨리의 빨간 작은 책 앞에도중에 다시 일어날 일 없이 해놓고내가 앉는다.우린 다 모였다.올리브만 10년쯤이고 나머지는 다 아주 오랜 멤버다. 덴버 교외 볼더 시의 Flatirons(다리미 바위). 다리미 바위가 올려다 보이는 초원의 작은 집에서개 한 마리 데리고 오래 살아온 톰은정 많은 어떤 이들이 걱정하는 것처럼외롭지 않다.그 개는 그에게 한결같은 좋은 친구다. 그 초원의 다른 한쪽에10년 넘게 개나 고양이 한 마리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수잔은날씨 좋은 주말이면 집 앞 피크닉 테이블에 나앉아다리미 바위를 올려다 보며 혼자 점심을 즐기곤 한다.다리미 바위는 그녀에게 말없는 좋은 친구다. 우습거나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내 점심이,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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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거면 더짧은 글 2013. 1. 12. 13:50
내려가는 거면 더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가고 싶지 않네. 삼백예순다섯 계단을 걸어서 내려가고 싶네. Munch, Winter Night. -------------------------------------------------------------------------------------------- Helen of Troy2013.01.13 17:07 노루님, 오랜만이죠? 늦었지만 새해 인사드립니다. 무엇이든지 수동적으로 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기분좋게 하다보면 그만큼 행복이 더 할 것 같습니다. 올 한해 건강하셔서 늘 식지않은 열정과 호기심으로 멋진 한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노루2013.01.13 23:41 Helen 님 반가워요. Helen 님네도 올해 더욱 좋은 일도 많이 생기고 행복이 넘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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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날을 회상하며짧은 글 2012. 12. 27. 03:31
그녀의 가르마가 눈에 들어온다.느낌이 온다.언어 없이 오는 그녀의 생각?어느새 맞대답하는 나의 생각? 단어들만 있고 언어는 없는 그게 싫어 눈 덮인 섬으로 간 토마스 트랜스트뢰머는단어 없는 언어를 설원에서 만났다지. ** 단어도 언어도 생각도 사라지고다만, 마주 앉은 그녀가 있는짧은 간격들. ** 둘째 연은, 요 아래 포스팅에 번역을 해본,토마스 트랜스트뢰머의 시 'From March 1979'의 줄거리.이 시를 읽고 나니 10년도 더 전의 어느 겨울날이 생각났다. 모딜리아니 ------------------------------------------------------------------------------------- eunbee2012.12.27 10:39 트랜스트뢰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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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2짧은 글 2012. 12. 11. 01:49
1 빵을 먹는다 빛을 먹는다 캔자스 밀밭에 봄여름내 쏟아진 햇살을 먹는다 "나는 빛이요 생명이니 ... ... 내 살을 먹으라." 2 슬픔 기쁨 삶 다 뚯하는 (그러면 그게 그거?) 아름다운 한 음절 단어는 어떤 게 있을까? 내가 만든 빵의 사진을 한 번 더 올려놓을 기회가 됐네요. ---------------------------------------------------------------------------------- jamie2012.12.11 08:00 生. 이라 답하고 보니,삶을 놓친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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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짧은 글 2012. 11. 30. 23:28
아이가 혼자 잘 논다. 커다란 프라스틱 펀치볼을 북처럼 두드리며 탁 트인 이 방 저 방 왔다 갔다 하더니 지금은 소파에 앉아서 두드린다. 탁탁 타다닥 탁탁 타다닥. 문을 열어 놓는 화장실에 가 변기 속을 본다. 암탉 앉았던 자리에 달걀 두 알처럼 물 속 한가운데 얌전히 들어앉은 걸 본다. 기특하고 귀여운 게 달걀뿐이랴. 물을 내린다. 아이의 점심을 만들 시간이다. 스파게티 물이 끓는 사이 달걀을 프라이하는데 어느 틈에 다가와 서서 보고만 있던 아이가 그런다, "둘이 같이 하니 참 좋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 경쾌하다. 24시간 클래식의 CPR* 채널이, 알아서 늘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 창 밖으로 늘 뒤뜰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듯. *CPR: Colorado Public Radio. Kan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