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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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일의 그림자짧은 글 2013. 10. 11. 04:13
쌀쌀한 날씨엔 더 기분이 쓸쓸해진다고 그녀가 말했다. 쌀쌀한 날씨에 강변을 달리면 참 상쾌하다고 내가 댓구했다. 생각 난 게 그거여서 였지만, 그래도 잠자코 있었어야 했다. Salvador Dalí ---------------------------------------------------------------------- eunbee2013.10.12 14:21 메트로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스맛폰으로 보고 그림들이 어찌나 좋은지 댓글을 썼는데, 등록에 실패했어요.ㅎ 다시 컴퓨터로 보는 화면의 그림은 더욱 좋아요. 그림자를 남겨둔 일은 이미 '아무것도 아닌 일'에서 벗어난 걸요.^^ 시의 여운이 참으로 애잔하게 감겨듭니다. 착하고 고운 사념 한자락이 숨어 있어요.(제 감상에..ㅎ) 노루2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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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시간짧은 글 2013. 9. 10. 00:46
고양이 한 마리 열린 문 틈새로 밖을 보며 앉아 있다. 아이가 된 노인이 커튼 한 쪽을 한 손에 말아 쥐고 창가에 서 있다. 산염소 한 마리 로키산 바위 위에 서서 아래를 보고 있다. 무슨 생각들을 하는 걸까. 시간을 느낄까. * jamie 님의 포스팅 '궁금한 고양이'에 달았던 댓글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산염소(mountain goat) 사진을 올려 놓고 싶기도 해서요. --------------------------------------------------------------------------------- eunbee2013.09.10 08:57 나는 어쩌면 바위 위에서 먼데 바라기하는 외로운 산염소 한 마리 나는 어쩌면 문틈으로 세상을 엿보는 조심스런 고양이 한 마리 나는 어쩌면 푸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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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짧은 글 2013. 8. 11. 22:43
근본적으로는 등산에는 길 잘못 드는 일이 없다. 산을 벗어나지 않으면 어디로 오르든 등산이다. 춘천 근교 (위, 아래) 화천 반암산 (위, 아래) 오대산 소금강 계곡 * 위의 사진들은 춘천의 산악회 올여름 산행 사진에서. ---------------------------------------------------------------------------------------- 헬렌2013.08.12 16:29 춘천의 산악회 회원들은 보통 일반인들이 다니는 큰 길로는 안다닐 것 같아요. 일부러 남들이 가지 않는 험한 산길로 다닐 것 같아요. 그런 길에서 묘미를 느끼는.. 이 무더운 여름날에도 산에 들어가 걸으면 좀 덜 더울까요? 사진으로 보는 산은 시원하고 청량해 보이는데 실제 저길 걸어가면 저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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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진화론 2짧은 글 2013. 7. 30. 12:53
디저트로, 맛있어! 하던 사과나 복숭아나 자두 씨 빼낸 반쪽을 접시에 얹어 준다. 맛있어! 하면서 사과를 먹다가 한 번 내려놓으면 다신 안 집는다. 더 이상 사과처럼 안 보이나 보다. 복숭아를 보다가 딴 데도 보다가 용기가 났는지 한입 베어 문다. 맛있네, 맛있어!, 하면서 내려놓을 새 없이 먹어치운다. 핏물처럼 검붉은 자두 반쪽은 끝내 입에, 아니 손도, 대지 않는다. ------------------------------------------------------------------------------------- eunbee2013.07.31 00:31 입맛의 기억 색채/빛의 기억 냄새의 기억 제 큰딸이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프랑스의 어느 병원엘 갔는데 갑자기 충주 이모네집이 떠오르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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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진화론짧은 글 2013. 7. 26. 13:08
저녁 식사 한 끼만 밥이었는데 빵으로 바꿔야 할까 보다. 빵은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안 쓰는 강점 그리고 자연미가 있다. ------------------------------------------------------------------ eunbee2013.07.26 22:12 교수님 저는 아침은 우유에 시리얼 점심은 이런저런 채소와 치즈 얹은 샐러드 저녁은 그래도 밥.ㅎ 교수님의 역진화론. 좋은데요? 저는 콩 삶아서 콩 갈아서 콩국수 해먹는 아직은 미개인이고 싶은...ㅋ 요즘 헬렌님이 뭘하는지 제가 가서 보고 올게요. 여름날 웨일즈더위에 더위먹었나? ㅎㅎㅎㅎ 가끔 그녀가 그리워요. 호호~ 노루2013.07.26 23:57 몸과 마음의 하루 활동에 모자람 없을 정도가 딱 알맞는 것 같아요. 황야에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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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짧은 글 2013. 7. 17. 00:53
땅거미 내리고 마음의 창에 불이 켜지고 그녀가 주인공이었던 동화 책을 편다. 포근히 밤이 든다. 샤갈, 연인들. --------------------------------------------------------------------------- eunbee2013.07.17 01:52 그이는 동화책 속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창문 아래를 지나가는 나를 본다. (ㅎㅎㅎㅎㅎ~) 노루2013.07.17 12:53 ㅎ ㅎ ㅎ 동화 책 속 삽화를 보면, 건너편 산마루 근처에 모습을 드러낸 산양을 보고 있는 것 같던데, 그게 아니었네요. ㅎ ㅎ eunbee2013.07.22 17:18 제가 가서 그 코로의 풍경을 가져왔거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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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 한잔하며 2짧은 글 2013. 5. 25. 00:19
그대에게!맥주 한 잔 가득그리움 담아 마신다.부끄러움도 회한도 못마땅함도다 걸러낸 맑은 부드러움을 마신다. 춘천 구봉산 중턱 에 혼자 점심 식사 겸 복사꽃 보러 가서, 비빔밥시켜놓고 우선 맥주 한 잔 하다가. 사진 보니 6년 전 사월의 마지막 주말이었네. ------------------------------------------------------------------------------------------- 최고야2013.05.25 19:06 신고참 여우롭습니다.찬란한 생명을 잉태했던 주말 하루가 초록꽃 향기로 저물어갑니다.생애 최고의 날이 되기를 소망합니다.아! 님이여, 오월의 끝자락이여.봄바다의 여름바람이여.노루2013.05.25 21:18초여름의 봄바람이여닮고 싶은 풍경이여신록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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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 한잔하며짧은 글 2013. 5. 19. 23:18
아쉬움보단찰랑찰랑 맥주 잔그리움이네 그리워 한 잔보고파서 또 한 잔그대를 보네 그대는 웃고난 그때 기분이고추억은 다네 * 주말이라 오늘 아침에도 어느 산악회 산행사진을 들어가 보다가 한 포스팅에 댓글로 단 글입니다. 마침, 낙서라도 올리려던 참이라. eunbee2013.05.20 04:20 달디 단추억이 차오르는...한 잔 행복한 맥주에서도달콤하게 추억을 건져 올리시는...노루2013.05.20 07:51오전에 이런 걸 올려놓고오후에 테니스 치고 집으로 차 몰고 오면서 생각이,들어가자 마자 이것부터 지워야겠구나, 였는데이거 참 ....eunbee2013.05.20 09:06 신고이렇게 맑은 글을 왜 지우세요.읽는 마음 달콤 산뜻 하답니다.이렇게 햇살같은 추억 편지자주 띄워 주세요.^^헬렌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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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눈꽃짧은 글 2013. 5. 3. 23:54
작년엔 사월의 눈꽃이었다. 분홍빛 어린 눈꽃이었다. 꽃이 한창일 때 내린 눈이어서다. 올해는, 누구의 스트라이크인지 꽃나무마다 꽃 없이 기어코 사월을 넘겼다. 계절의 여왕이 너무 안쓰러워선지 오월의 첫날, 꽃나무마다 눈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그런데 오월의 눈꽃이 또 다시 불러다 준다. 또 다른, 싱그러운, 오월의 눈꽃을. 6:25 a.m. 9:40 a.m. Oberservatory Park 테니스 코트에서 (위, 아래): 워싱톤 코트 상태는 더 좋을 거다. ----------------------------------------------------------------------------------------------- 헬렌2013.05.08 03:05 하아~ 이젠 5월에도 눈꽃을 볼 수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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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짧은 글 2013. 4. 16. 11:53
창 밖에 눈이 내린다. 변함 없는 내 단짝 내 시간과 나는 이럴 땐 같이 나란히 눈 구경 한다. 우리 둘이 늘 이렇게 한맘 되어 편안한 건 아니다. 어제는, 오후에 눈이 좀 내릴 거라는 예보였지만 보통 그렇듯 점심 후 한두 게임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오전에 도서관에 예약 책 빌리러 나갈 때도 아예 운동복 차림이었다. 들어와 점심을 먹으면서는 단념 했다. 몇 번짼가 창 밖을 보는데 슬슬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리는 듯 멎은 듯 내리던 눈이 새벽에야 아주 멎은 것 같다. 뒤뜰 능금나무에는 또 흰 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한 번만 더인가, 이젠 흰 웨딩드레스 대신 분홍빛 파티복 차림을 보여줄 때가 됐는데. 작년 사월의 사진을 찾아본다. 이맘때엔 능금나무꽃은 절정이 지났고 라일락꽃이 한창이었다. 이럴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