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Olav Hauge 의 시 "눈 내리는 저녁 가로등 아래 멈춰 서다"시 2020. 11. 11. 12:54
Olav Hauge" 의 시 "I Stop under a Lamppost on a Snowy Evening" (Robert Hedin 영역)을 번역해봤다. 실시간에 통역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거의 단번에 번역했다. 더 시간을 쓸 생각이 없어서였다. (도서관 책에서 영역본을 베끼면서 혹시 첫 연의 한 단어를 잘못 쓴 건 아닌지 모르겠다.) 눈 내리는 저녁 가로등 아래 멈춰 서다 / 올라브 하우게 -- Ernst Orvil 을 위해서, 그의 80세 생일에 눈 내리는 저녁 그래도 저기 교차로에 홀로 흔들림 없이 빛 우산을 받고 선 가로등은 보인다. 읽어달라는 연애편지도 없는데 나는 걸음을 멈춘다, 이런 폭설에 가다 말고 서서 눈송이들이 밝은 광륜 속을 날아내리다가 소용돌이치며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거나 ..
-
Louise Glück 의 시 "갈림길"시 2020. 10. 16. 10:05
Louise Glück 의 얇은 에세이집을 10년 전에 우편물 속에서 잃어버리고는 언제부턴가는 그 제목도 잊었다가 이번에, 그녀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는 바람에, 그건 쉽게 찾았다. "Proofs and Theories: Essays on Poetry" (1994) 를 주문해서 샀던 20년 전 그때가 생각난다. Louise Glück 의 시 "Crossroads" 를 번역해 본다. 'soul' 을 나는 그냥 '마음'으로 번역하기로 한다. 갈림길 / 루이즈 글릭 내 몸아, 이제 우리 함께 여행할 날이 그리 많지 않을 터라 너를 향한 새로운 애틋함을 나는 느끼기 시작하누나, 내 기억 속 젊었을 적 사랑처럼, 어설프고 서투르게 -- 아주 자주 그 목표에서는 바보 같았지만 그 선택, 그 열렬함에서는 결코 안 그..
-
Louise Glück 노벨문학상 수상시 2020. 10. 10. 00:23
시인 Louise Glück 이 2020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반가웠다. 내가 미국 현역 시인의 시로는 처음 읽은 게 90년대 후반에 잡지 "New Yorker"에서 읽은 Louise Glück 의 시였다. 미국 현역 시인들의 시를 가끔 찾아 읽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이 블로그에 올렸던 그녀의 시는 "Red Poppy" 와 "A Summer Garden" (낭송: L. Glück)인데 특히 "Red Poppy"는 내게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아래는 뉴욕타임즈에 실린 Louise Glück 인터뷰 기사다. Louise Glück on Poetry, Aging and a Surprise Nobel Prize By Alexandra Alter Oct. 8, 2020, The New York ..
-
달콤하게 시간의 맛이 나는 사과시 2020. 10. 5. 02:45
밝은 녹색에 둘러싸인 초가을 아침 뒤뜰이 빛으로 가득하다. 물푸레나무의 노란 잎새들과 능금나무의 작은 갈색 잎새들이 저마다 반짝이며 환한 빛을 낸다. 어린 빨간단풍나무의 몇 안 되는 잎새들도 은은한 붉은 빛을 보탠다. 9월의 마지막 날도 시월의 첫날도, 오늘까지 엿새째 아침마다 창가에 앉아, 빨간단풍나무만 뺀, 같은 그림을 내다보면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곤 했었다. 이제 보니 그때마다 난, SUZANNE BUFFAM 의 시 "The New Experience"의 시구처럼, 그저 "달콤하게 시간의 맛이 나는 사과" 한쪽을 즐겼던 것 같다. 아래는 대강 번역해본 "The New Experience" 부분이다. 바람이 숲을 벗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살아있는 마지막 흰표범이 흙 먼지 속을 어슬렁거리는..
-
눈은 상상의 날개를 못 따라가고시 2020. 9. 17. 02:44
자기가 바로 나라고 나를 혼란시키는 내 머릿 속 한 마리 파랑새, 나는 이러고 있어도 시공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4년 전 포스트 "이럴 땐 함께 이야기할 친구가 아쉽다" 말미의 짧은 글을 더 줄인 거다. 이게 다시 생각난 건, Roger Kimbal, "Lives of The Mind" (2002)의 "George Santayana" 장(chpater)에 인용된 Santayana 의 시 "The Poet's Testament" 부분, 정확히는, 마지막 줄을 읽으면서다. I give back to the earth what the earth gave, All to the furrow, nothing to the grave. The candle's out, the spirit's vigil spent; Si..
-
문득 옛 장면 하나를 떠올려준 시는 그거로도 족하다시 2020. 9. 10. 06:56
내 블로그에서 뭔가 찾아보다가, 예전 포스트 "3, 4월의 사진 몇 장" 에서 Ogden Nash 의 "The Perfect Husband"를 다시 읽게 됐다. 우연히 얻게 된 Nash 의 시집 "Versus" 표지 사진을 보여주면서 거기 실린 이 시를, 번역도 해서 원문과 함께, 덧붙인 거였다. (그러니 원문은 그 포스트에.) 완전한 남편 / Ogden Nash 당신의 입술 연지가 너무 짙을 때 그이는 말해줍니다, 그리고 당신의 비죽이 내민 엉덩이를 거들로 조이는 걸 도와줍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전에는 그런 적이 없고 그저 'lipstick' 'stick' 운을 살려 쓴 Nash 풍의 익살 시로만 즐겼는데, 이번엔, 문득, 첫애 하나 뿐이던 우리 젊은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평생 한두 번이나 생..
-
Olav Hauge 의 시 "추운 날"시 2020. 9. 1. 02:08
추운 날 / 올라브 하우게 얼어붙은 바위 절벽 뒤에서 쏜 햇살이 새어나온다. 수은주는 살금살금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 따스한 공간은 조그맣게 옴츠러든다. 장작을 밀어넣고, 나는 시를 짧게 쓰려고 한다. -- Robin Hulton 과 Robert Hedin 의 서로 조금씩 다른 영역본을을 함께 놓고 번역했는데, 잠깐 생각하면서의 번역으로는 이렇게 엉성한 걸로 끝낼 수밖에 없었다. ------------------------------------------------------------------ 여름하늘2020.09.04 16:36 시를 읽고 나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아주 어릴때 국민학교도 들기전에 붉은 흙으로 만들어진 시골 할아버지댁 새벽녁이면 밤새 땐 군불도 방바닥이 식어지기..
-
Olav Hauge 의 시 "당신은 바람이었지"시 2020. 8. 31. 03:57
당신은 바람이었지 / 올라브 하우게 나는 바람 없는 배. 당신은 바람이었지. 그게 내가 가려던 방향이었나? 그야 아무러면 그토록 멋진 바람에! -- Robin Fulton 영역을 번역. ----------------------------------------------------------------------------- 숲지기2020.08.31 04:56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요, 저도 누군가에게 바람이었을 것 같습니다. 바람이 필요한 배? 노루2020.08.31 12:20 그리고 그 바람에 턱 맡기고 어디로 가든 좋다는 배! 그야말로 그 바람에 그 배, 그 배에 그 바람. ㅎ 교포아줌마2020.08.31 22:07 와 완전 멋진 연애시 군요!! 노루2020.09.01 04:00 대체로는 그런대로 순풍..
-
Olav Hauge 의 시 "자동차로도 비행기로도 아니지요"시 2020. 8. 30. 02:42
자동차로도 비행기로도 아니지요 / 올라브 하우게 자동차로 아니지요, 비행기로 아니지요 -- 건초 나르는 썰매나 낡은 달구지 -- 또는 심지어 엘리야의 불마차로도 아니지요! 당신은 결코 바쇼보다 더 멀리 이를 수 없어요. 그는 걸어서 거기 도달했지요. -- Robert Hedin 의 영역본을 번역. ------------------------------------------------------------------------------- 여름하늘2020.08.30 15:26 "당신은 결코 바쇼보다 더 멀리 이를 수 없어요. 그는 걸어서 거기 도달했지요." 강한 비바람속에 간신히 걷고 있는 두사람은 결코 바쇼보다 더 멀리 이를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노루2020.08.30 23:42 ㅎ 사케 마시고 나와서 동..
-
시인 Leonard Cohen 이 선택한 자작시 "For Anne"시 2020. 8. 23. 05:18
어떤 시에서 어떤 시어나 시구가 그게 그 자리에서 가리키고 있음직한 것이 아닌 어떤 개인적인 것을 연상시키고 그래서 더는, 그 시가 그냥 평범한 시로 읽히지 않는 경우가 있겠다. Leonard Cohen 의 "For Anne"도 내게는 그런 시다. 그렇기도 하고 짧기도 해선지, 리듬 때문에도, 두 번 읽고나니 시가 저절로 외워진다: For Anne Leonard Cohen With Annie gone Whose eyes to compare With the morning sun? Not that I did compare, But I do compare Now that she's gone. 시인들이 각자 한 편씩 선택하고 코멘트를 덧붙인 자작시들을 모은 책 "Poet's Choice' (ed, by Pa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