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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Wright, "The Evolution of God"책 읽는 즐거움 2022. 9. 10. 04:26
기독교(와 기독교 신학)에 관한 책들을 꽤 열정적으로 읽었던 한때 이후 몇 십 년 만인지 모르겠는데, 유대교, 기독교, 이스람교에서, 각각의 성서에 기록된 신의 이미지가 어떻게, 그리고 왜 그렇게, 진화해 왔는지를 설명해주는 Robert Wright 의 책 "The Evolution of God" (2009) 을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의 가정은, 크게, "the tone of scripture is set by the circumstance of its creation" (p.390) 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가 400개 정도나 되는 참고문헌을 인용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그중에 내가 읽은 책으로는 아마 유일할 것 같은 Albert Schweitzer, "The Quest of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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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imic 의 시 "셋방 있습니다"시 2022. 9. 5. 07:13
Charles Simic 의 짧은 시들을 이 블로그에 벌써 대여섯 편은 올린 것 같다. 주로 뉴요커(잡지)에서 읽은 것들이었는데, 뉴요커 최근호(6/13/2022)에도 그의 여섯 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번에는 그중 한 편 "For Rent"를 번역해본다. 셋방 있습니다 찰스 시믹 볕 잘 드는 크고 깨끗한 방 그리고 당신의 하소연을 들어줄 바퀴벌레 한 마리. 김용택 시인의 시 "농부와 시인"에 대해 김은자 시인은 (김은자 엮음, "아름다운 사람"에서) "시를 어렵고 별난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시는 뜻밖의 기쁨을 준다"고 썼다. 쓸데없이 어렵거나 별나게 쓴 것 같은 시는 나는 시로도 안 여기는 편인데, 아무튼, 찰스 시믹의 이 '쉬운' 시는 내게 '뜻밖의 기쁨'을 준다. 나의 미국 유학 초기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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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의 시 "편지"시 2022. 9. 3. 03:55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내가 좋아하는 시다. 처음 첫 시구를 읽으면서부터 좋아진 시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시를 만난 적은 드물지 않지만 '그대'를 노래한 시는 그대 말고 또 있었나 모르겠다. Amedeo Modigliani, Woman with Red 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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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쓰는 유언짧은 글 2022. 9. 3. 03:07
-- 뒤처리에 관하여 나 죽거든 (이미 기억의 구름이 된 나) 내가 아닌 내 시신 병원에서 나오는 그대로, 갈아 입히거나 한 번 더 볼 생각 말고 장례식 하지 말고, 될수록 빨리 화장해서 재는 남김 없이 아무 데나 버려다오. 재 뿌릴 때 절하는 따위 우스꽝스런 몸짓일랑 물론 말고. 다 끝내고 콜로라도의 하늘 한 번 올려다보려므나. 유산 상속은 자동으로 되도록 미리 다 해놓았지. 은행, 카운티 Clerk & Recorder, 그리고 DMV*에 한 번씩만 가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지. * Department of Motor Vehicles George Inness, Morning Catskill 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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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o Rovelli, "De rerum natura"책 읽는 즐거움 2022. 8. 28. 16:25
읽고 있는 Carlo Rovelli, "There Are Places ..."에 실린 에세이다. Lucretius (사진)와 그의 시 De rerum natura (On the Nature of Things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에 대해, 얼마 전에 Stephen Greenblatt 의 The Swerve: How the World Became Modern 을 읽었는데 이제 또 Rovelli 의 에세이로 읽게 되어 반가웠다. Rovelli 의 일곱 쪽짜리 이 에세이를 먼저 읽었으면 나는 Greebaltt 는 안 읽기로 했을 거다. (Rovelli 의 이 책이 대학생들 또래 청년들의 필독서로 꼽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또 해본다.) 아래는 에세이에서 몇 구절: "In 1417 the Florentine 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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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이 야생정원으로 바뀌었다짧은 글 2022. 8. 24. 09:42
그런데 요즘은 잔디밭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짧게 깎은 풀밭 여기저기엔 낮은 해바라기들, 샛노랗게 밝은 꽃들이 생글거리고 있고, 이름은 알려고도 하지 않는, 작은 흰꽃들이 크고 작게 무리져 여기저기 보인다.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가동 안 해도 저리 푸르니 들리느니 생명의 찬가다. Manual-잔디깎기기계로 풀밭을 깎다 보면 보이지 않는 작은 날벌레들이 무수히 내 얼굴에 까지 날아오른다. 그래선지 뒤뜰엔 전보다 새들이 많다.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은 새들이 스무 마리도 더 되는 것 같다. 갈색의 이 새들 중에 밝은 노란색 머리 새가 한 마리 보인다고 큰딸이 그런다. 창밖 저만큼 멀리서도 작은 새 두 마리가 해바라기 한 포기의 줄기와 꽃을 타고 앉은 게 보인다. 해바라기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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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읽은 책책 읽는 즐거움 2022. 8. 24. 07:37
William Maxwell 의 소설 "Time Will Darken It" (1948), 이번 한국 방문에서 사온 세 권의 책, "2022 이상문학상 작품집," 황동규 시인 시집 "오늘 하루만이라도" (2020) 그리고나희덕 시집 "파일명 서정시" (2018) 를 읽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는, (대상) 수상작인 손보미의 "불장난"보다는 그녀의 자선 대표작 "임시 교사"가, 그리고 나머지 여섯 작가의 우수작 여섯 편 중에서는, 두 편은 내키지 않아 안 읽었고,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이 나는 좋았다. William Maxwell 의 소설 "Time Will Darken It" (1948) 을 읽게 된 건, 20세기 초 미중서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과 작가에 대한 최근의 뉴욕 타임즈 기사가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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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o Rovelli, "Thank You, Stephen"책 읽는 즐거움 2022. 8. 22. 07:04
"그가 위안을 받고 힘을 얻은 것은 어떤 종류의 초월적인 것이나 신이 아니었다." "Thank You, Stephen" 도, "Are You Free?"처럼, Carlo Rovelli 의 에세이집 "There Are Places In the World Where Rules Are Less Important Than Kindness" 에 실려 있는 글이다. 몇 구절 인용한다 (자투리 시간에 잠깐 포스팅하려다 보니 이번에도, 위에 한 구절 말고는, 원문 그대로다. 호킹 공식은, 그 아름다움을 기술한 구절과 함께 읽고서는, 빼놓을 수가 없다.) "Stephen_Hawking is no longer with us. We bereft of his sly smil and his youthful irrev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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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o Rovelli, "Are We Free?"책 읽는 즐거움 2022. 8. 20. 13:02
이태리 이론 물리학자 Carlo_Rovelli의 (에세이집) "There Are Places in the World Where Rules Are Less Important Than Kindness: And Other Thoughts on Physics, Philosophy and the World" (2018, 영역본 2020)에는 46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뉴욕 타임즈 서평은 그의 이런 말을 인용한다: “Capital ‘T,’ ‘the Truth’ … I don’t think it’s interesting. The interesting thing is the small ‘t.’ That’s my take on it.” "Leopardi and Astronomy," "Why I Am an Athe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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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기: 한국 방문 4사진 일기 2022. 8. 20. 07:56
해운대 부산 송도 롯데백화점 광복점 전망대에서 다시 해운대 기장 연화리 (아난테 힐튼에서 가깝다) 아난티 힐튼 (힐튼 호텔/리조트 안내인이 친절하게 불러준 택시로 해운대까지 20분쯤 걸렸다. 우리는, 지하철 해운대역에서 안내인에게 들은 잘못된 정보로, 지하철/동해남부선으로 기장역, 그리고 택시로 연화리를 거쳐 아난티에 오느라 시간 낭비가 많았다.) 부산에서 서울 가는 KTX 에서 홍대 앞 Ryse 호텔 17층 방에서 내다본, 그렇게 깔끔하지는 않은, 풍경 석촌호수에서 여의도(공원)에서 인천공항 제2터미날에서 시애틀 공항에서 / 덴버를 향해 막 이륙한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며 집에 온 다음 날 들른 (식품점) Trade Joe's 앞 (덴버답지 않게 도시가 비에 젖어 있다.)